[친절한 쿡기자] 뽀로로 택시 ‘기대 만발’… 승차거부는 안 할거죠?

입력 2014-11-25 17:55 수정 2014-11-25 19:00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24일 열린 '뽀로로 택시 시승행사'에 참석한 인근 어린이집 원생들이 뽀로로 택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타요, 라바! 보고 있나?”

아이들의 대통령이 돌아왔습니다. 애니메이션 ‘뽀롱 뽀롱 뽀로로’의 주인공 뽀로로입니다. 타요 버스, 라바 전철에 이어 서울시가 새롭게 선보인 ‘뽀로로 택시’ 때문에 인터넷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5일부터 뽀로로 택시를 시범운행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차 앞면과 옆면에 뽀로로 캐릭터를 새겼을 뿐이지만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내부 뒷좌석에는 뽀로로 안전띠 가드(안전띠에 덧대는 보호용구)와 뽀로로 인형이 비치된다고 하네요.

뽀로로 택시는 내년 5월까지 서울 시내를 달립니다. 요금은 일반 택시와 똑같고 하루 평균 13대 정도 운행됩니다. 평소에는 거리에서 손님을 태우지만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도 받습니다.

‘뽀통령’의 위엄은 주부들의 인터넷 카페에서 먼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뽀로로 택시 때문에 서울 가야하나요?” “우리 3살짜리 공주님이 보면 흥분하겠네요” “예약 서두르세요. 경쟁 치열할 거에요~” 등의 글이 줄을 이었거든요.

어른들도 덩달아 들떴습니다. 지난달 라바 전철 인증샷이 가득했던 SNS에선 뽀로로 택시를 타고 싶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울한 날에는 뽀로로 택시를 타야겠다”고 적은 트위터리안도 있네요. 타요 버스가 처음 공개된 날 밝은 표정으로 버스에 오르는 아이들 뒤로 멀뚱히 서 있던 뽀로로의 모습 기억나시나요? ‘타요 인기에 버림 받은 뽀로로’로 불렸던 서글픈 장면도 이제는 잊혀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택시였을까요? 타요는 원래 버스 캐릭터고, 지렁이인 라바는 기다란 모양이 전철과 어울리지만 뽀로로는 택시와 도통 연관이 없는데 말이죠.

서울시는 대중적인 캐릭터를 이용해 승차거부, 난폭운전 같은 택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뽀로로 택시를 두고 ‘동심 파괴’를 걱정하는 네티즌들이 많았습니다. 한 네티즌은 “뽀로로가 승차 거부하고 난폭 운전하는 걸 보게 해서 아이들의 동심을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었습니다. “뽀로로 택시 탔는데 카드 낸다고 뭐라 하지 않았으면” “뽀로로 레이싱이 실제로 벌어지는 건 아닐까” 등의 의견도 눈에 띄었습니다.

뽀로로가 웃고 있는 차를 타고 “어디까지 가느냐”며 요금을 흥정하는 택시 기사의 모습이 쉽게 그려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올해 6월까지 서울시에 접수된 1만9616건의 대중교통 불편신고 중 70%가 승차거부, 불친절 등 택시와 관련된 민원이었습니다. 택시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그만큼 두텁습니다.

사실 네티즌들이 말하는 동심은 아이들의 것만이 아닙니다. 뽀로로 택시를 보며 미소 짓는 어른들의 동심도 지켜달라는 거겠죠. 서울시의 ‘동심 전략’, 이번에도 통할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