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전은 총이나 대포를 쏘는 재래식 전쟁은 물론 핵전쟁보다도 더 무서운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예고 없이 전력·통신·교통·상하수도망을 마비시키고, 육·해·공군의 주요무기 체계를 일시에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사이버전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평시에도 적대 국가들은 온갖 해킹 시도를 통해 상대편의 기반시설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각종 사이버 무기들은 이라크전과 코소보전 등 실제 전쟁에서 활용되기도 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사이버전 능력 배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소리 없이 치열한 전선이 형성된 사이버공간에서 남북한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 중이다. 북한은 남한의 사이버전 능력을 훨씬 앞서있는 상태다.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은 세계 최고수준인 미국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사이버전 역량을 축적해왔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이 지휘통제자동화시스템을 통해 소수 인력으로 이라크군 전체를 무력화시키자, 북한은 더 심혈을 기울여 사이버전 능력 배양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인 2005년 “현대전은 전자전이다. 전자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 군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군 사이버 전사는 5900여명이다. 일각에선 1만2000명이 넘는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은 우리나라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인민학교의 영재들을 발탁해 금성 1,2학교에서 매년 500시간 컴퓨터 전문교육을 실시한다. 이들 가운데 우수한 학생들은 총참모부산하 지휘자동화대학(전 미림대학)이나 김책 공과대학 등에서 전문교육을 받는다. 지휘자동화대학 한 곳을 통해서만 매년 100여명의 사이버전사들이 배출된다.
바로 이들이 인민군 정찰총국에 배치돼 사이버전을 전담한다. 정찰총국 산하 ‘전자정찰국(121국)’ 소속의 해커 500~1000명이 남한 군·전략기관에 대한 해킹과 바이러스·악성코드 유포를 도맡아 한다. 100명으로 편제된 사이버 심리전부대 ‘적공국 204호’는 남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심리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아버지 김 위원장 유지를 이어받아 지난해 8월 전략사이버사령부를 신설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아직 이 사령부의 활동내용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기술은 다양하다. 지난해 2월 국정원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대규모 좀비 PC를 동원한 분산서비스거부(DDoS)공격, 홈페이지·서버 침투 및 자료 삭제 등에 나서고 있다. 2009년 7월 7일 북한은 세계 61개국 435대의 서버를 이용해 한국과 미국의 주요기관 웹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북한의 사이버공간은 대부분 국가가 통제하는 인트라넷으로 연결돼 있다”며 “외부와의 연결고리를 쉽게 끊을 수 있고, 인터넷 의존도도 낮아 외부 사이버공격의 피해도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남한의 사이버전 능력=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IT)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사이버전 능력은 취약한 편이다. 훌륭한 네트워크를 갖춘 만큼 사이버테러에도 취약하다. 이에 대한 대비책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방부가 최근 사이버전을 ‘군사작전’으로 상향하기로 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다.
국방부는 2010년 국군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다. 2009년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분산거부서비스공격(DDoS)에 국가 주요기관 사이트가 일시 다운되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하자 사이버전 총괄 지휘부를 마련한 것이다.
사이버사령부는 창설 4년이 지났지만 사이버전 수행능력은 걸음마 수준이다. 오히려 정치댓글 사건으로 전임 사령관 2명이 기소되는 등 본연의 임무를 벗어난 행태 때문에 여론의 비판만 받는 형국이다. 현재 사령부에서 일하는 전문요원은 600여명으로, 북한의 10분의 1수준이다. 군은 빠른 시일 내에 전문 사이버전사를 최대 1000여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사이버사령부는 사이버전략을 개발하는 31단과 사이버전을 전담하는 510단, 대북심리전을 담당하는 530단, 사이버전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590단으로 구성돼있다. 사이버사령부는 국방부 인터넷과 내부망인 인트라망에 대한 해킹 및 바이러스 방어체제 구축도 맡고 있다.
합참은 내년 초 사이버전 전담부서인 사이버작전과를 사이버사령부 안에 신설해 본격적인 사이버 군사작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 북한을 비롯한 외국의 사이버 공격을 국지도발 유형으로 분류해 적극 대응하는 전략도 구축할 계획이다. 공격이 감지되면 초동 단계에서 일사불란하게 대응해 조기에 공격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2016년까지 717억원을 투입돼 사이버사령부 단독청사도 마련된다. 군 관계자는 25일 “사이버 침해를 방어하는 수세적인 입장에서 도발지점을 파악해 공격하는 공세적인 자세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체계와 사이버전 전략에서 북한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세계는 사이버 전쟁중] 北 사이버전 능력 세계최고 수준… 南보다 한수 위
입력 2014-11-25 16:44 수정 2014-11-25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