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각종 규제 철폐는 물론 비리 엄단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해외순방 등으로 지난달 28일 이후 한달 가까이 국무회의를 직접 챙기지 못한 만큼 오랜만에 각 부처 장관들을 대상으로 각종 개혁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규제 단두대에 올려 처리” 강도 높은 표현=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각종 규제를 언급하면서 ‘단두대’ ‘혁명’ ‘암 덩어리’ 같은 강도 높은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규제를 단두대(기요틴·guillotine)에서 처형하듯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각 부처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차원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대통령의 표현이 지나치게 강도가 높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규제 기요틴’은 1980년대 일부 유럽국가가 대규모 규제 철폐를 단행하면서 붙인 명칭이다. 시간, 절차가 많이 소요되는 기존 건별 또는 상향식 규제개혁과 달리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규제를 일괄 정리하는 절차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사용하는 ‘규제 기요틴’을 설명하시는 차원에서 나온 언급”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미 기존 규제 감축과 일몰제 확대, 규제비용 총량제 시범운용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없어져야 하는 암 덩어리 핵심규제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나 기업의 불편 해소를 위한 손톱 밑 가시 해결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투자와 일자리를 확실하게 늘릴 수 있는 핵심 규제들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혁 대상은 “국민 안전과 생명에 관련 없는 규제”라고 선을 그었다.
◇새 정부조직 출범 계기로 공직사회 혁신 주문=박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새로 출범한 것을 계기로 공직사회에 대한 혁신 바람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공직사회를 혁신하라는 국민적 열망을 안고 출범하는 만큼 조속히 조직체계를 정비하고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국민안전처에 대해 “조직 신설 취지를 살리기 위해 우선 인력부터 재난안전전문가를 확보하고 순환보직이 아니라 전문성 중심의 인사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시했다. 인사혁신처에 대해서는 “공직사회 개혁을 주도하는 엔진으로서 공직사회에 내재된 비효율을 찾아 개선하면서 공직사회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며 “공직인사 시스템을 시대 흐름에 맞게 개편해 개방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공직사회의 경쟁과 활력을 높여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거듭 강조=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지금 재직 중인 공무원과 젊은 공직자들이 퇴직할 때는 제도 자체가 파탄날 수 있을 만큼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을 공직사회에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주기 바라며, 공무원들도 애국심을 갖고 동참해주기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박근혜,'단두대' '혁명' '암 덩어리' 등 강도높은 표현으로 규제철폐 의지 담아
입력 2014-11-25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