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글 美 국방, 오바마 참모진과 갈등? 사임 후 백악관 외교안보 장악력 더 커질 듯

입력 2014-11-25 15:4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척 헤이글 국방 장관의 사임 소식을 전하는 동안 헤이글 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을 주시하고 있다. ⓒAFPBBNews=News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갑작스러운 사임을 발표하면서 그를 “범상하지 않은 국방장관”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헤이글 장관은 연설 중 여러 차례 자신을 바라보는 대통령과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임을 ‘경질’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헤이글 장관의 경질이유는 복합적인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백악관 외교안보팀과의 갈등이 그중 두드러진다. 특히 헤이글 장관은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의견 충돌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관타나모 기지 내 테러용의자 수용소 폐지에 대한 헤이글 장관의 미온적인 태도,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하며 라이스 안보보좌관에게 보낸 메모 등에 백악관에 대한 불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고 한다.

헤이글 장관은 사임 연설에서 “국가안보전략은 협동작업(team effort)이며, 국익을 위해 힘을 합쳐 일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헤이글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을 둘러싼 ‘핵심 멤버(이너 서클·inner circle)’의 장벽을 뚫지 못했다는 게 미 행정부 관리들의 지적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임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게이츠, 리언 패네타 등은 각각 회고록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 및 백악관 참모진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과 정책 결정 방식을 강력히 비판했었다. 결국 세 국방장관 모두가 오바마 대통령 이너서클과의 불화를 표출한 셈이다.

‘11·4 중간선거’ 참패의 후폭풍이라는 측면도 있다. 민주당이 패배한 최대 요인 중 하나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실패가 꼽힌다. 시리아와 이라크를 휩쓰는 이슬람국가(IS) 대응과 관련, 종합적인 전략이 없다는 공화당의 비판은 상당수 국민들의 공감을 받았다. 외교안보 전략 부재에 대한 비판과 이에 따른 인적 쇄신 요구는 민주당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안보팀의 교체를 검토할 수밖에 없었는데, 라이스 보좌관은 자신과 너무 가깝고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란과 핵협상 도중이어서 내칠 수 없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중장기적인 중동전략이 긴요한 시기에 헤이글 장관이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점도 거론된다. 심지어 그의 옹호자들도 헤이글 장관의 최대 약점으로 안보에 대한 명확한 큰 그림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안보팀의 다른 멤버는 교체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백악관 참모진의 외교안보정책 전반에 대한 장악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헤이글 장관의 후임으로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애슈턴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 등이 거론된다. 특히 2009년 초 오바마 대통령 당선 뒤 국방분야 인수팀을 이끈 플러노이 전 차관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러노이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방부 서열 3위까지 올랐고, 이번에 장관이 되면 첫 여성 국방장관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공화당은 후임 국방장관 자격과 관련, 공습으로 국한하고 있는 현행 ‘IS 격퇴전략’의 수정을 요구할 태세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지상군 투입 불가’ 방침을 지지하는 후임자를 선택할 경우 상원 인준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