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직접 미국 원색 비난 배경은?

입력 2014-11-25 15:25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작심한 듯 미국 비난에 나섰다. 미국 주도의 ‘인권 공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셈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미국을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 제1비서의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하며 대미 비난 발언을 그대로 소개했다. 김 제1비서는 “6·25전쟁 당시 미군이 신천군 일대에서 대규모 양민학살을 저질렀다”며 “미제 침략자들이야말로 식인종이며 살인마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 침략의 원흉이고 흉물인 미제 살인귀들이 감행한 야수적 만행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 제1비서는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한 내 ‘반미 선전 현장’인 신천박물관을 찾았다. 북한은 김 제1비서 등 지도부를 정조준한 유엔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이 통과된 후 ‘최고존엄 모독’이자 ‘체제붕괴 시도’라고 강력 반발해왔다.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초강경 대응의 ‘첫째가는 대상’으로 미국을 특정하기도 했었다. 이달 초 북한의 미국인 억류자 석방을 계기로 조성되는 듯했던 북·미 간 ‘평화 모드’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제1비서가 직접 미국을 비난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내부의 체제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그가 “적에 대한 환상은 곧 죽음”이라면서 “현 시기 반미(反美)교양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 혁명의 전도, 조국의 운명과 관련된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 제1비서는 주민들에게 “(미국에 대한) 복수를 결의하는 모임을 활성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