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박씨는 벌금 맞고, 전 제주지검장은 기소유예라니…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4-11-25 14:45
YTN 방송 화면 캡처

“몰래 해서 기소유예라니! 그럼 길 가던 여고생에게 들킨 것 뭡니까!”

“앞으로 숨어 다니면서 음란한 짓하는 사람들 넘치겠네요. 수사과정에서 충분히 고통 받았다니!”

“검찰시민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인정해 줍시다!”

“일반인들도 저런 경우 기소유예 받을 만 하네요.”

인터넷이 시끄럽습니다.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에게 기소유예 처분이 났기 때문입니다. ‘후배 검사가 선배를 봐줬다’는 비판론도 있고 ‘납득이 간다’는 찬성론도 있습니다. 25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제주지검은 25일 광주고등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김수창 전 지검장에 대해 병원치료를 전제로 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즉 혐의는 인정되지만 법정에 세우지는 않겠다는 거죠.

앞서 경찰은 지난 8월 22일 공연음란죄를 적용해 김수창 전 지검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지 석 달 만에 나온 결정입니다.

자, 김수창 전 지검장은 어떻게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됐을까요?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검사의 설명을 보시죠. 안 차장검사에 따르면 검찰시민위원회 위원 11명 중 9명은 기소유예, 1명은 약식기소, 1명은 무혐의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이후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 의견에 만장일치 합의했다네요.

김수창 전 지검장의 행위의 경우 공연성이 낮고, 병적 질환에 의한 행위였으며, 피해가 크지 않았고, 수사과정에서 충분히 고통을 받은 점 등이 참작됐다고 합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숨어 돌아다니며 (노출을) 즐긴 것이고 병이 있었으며, 누가 크게 피해본 것도 아니고 수사과정에서 힘들었으니 기소는 안 해도 되겠다는 것입니다. 또 지검장이라 봐준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서도 안 차장검사는 ‘오히려 지위가 높아 더 고심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심 없이 기소유예 처분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넷의 여론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실 기소유예 판결을 이해하지 못하는 네티즌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네요.

“불특정인(여고생)이 인지했으면 이미 공연음란이죠. 숨어 다녔다면 애초에 신고부터 안 당했겠죠. 이건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후배 검사가 선배 봐준 거 아닙니까? 이걸 어찌 받아들입니까? 하긴 기소는 검찰 권한이죠.”

물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들이는 네티즌들도 있습니다.

“초범이고 병력도 있어서 줄만하네요. 시민위원회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하잖습니까!”

“일반인도 초범이고 병력도 있는데다 잘못 걸리면 기소유에 걸릴 법하지 않나요?”

네티즌들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김수창 전 지검장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입해 생각해볼 만한 판결이 오늘 또 하나 나왔습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준석 판사는 오늘 자동차 안에서 유리창을 내리고 자위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32)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기소해 법원이 벌금형을 내린 것입니다. 법원은 박씨에게 16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습니다.

박씨는 지난 9월 7일 오전 11시10분쯤 서울 노원구 공릉동 한 버스정류장 인근에 주차된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행인들이 지나가는 도중에 조수석 창문은 완전히 내리고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박 판사는 박씨가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하네요.

서울의 이름 없는 박씨는 법정에 섰고 제주 지검장은 법정에 서지 않았습니다. 그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요?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안 내리고의 차이인가요? 아니면 신분의 차이인가요? 아, 정말 심오하네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