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제63회 총회 선언문 전문…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

입력 2014-11-25 09:54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

한국교회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맘몬주의라는 거대한 광풍 앞에서 난파 직전의 작은 배처럼 흔들리고 있습니다. 인류 구원의 방주였던 교회는 더 이상 피난처가 못됩니다. 세상의 희망이었던 교회가 오히려 세상을 절망시키고 있습니다. 세상의 생명이었던 교회가 오히려 세상에 상처와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창조의 청지기였던 교회가 창조세계를 오히려 파괴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그 터전에서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흔들리는 교회, 저희가 함께 만들어 온 것을 통회하오니, 주님을 향한 처음 사랑을 버린 것을 용서하시고(계 2:4), 모세가 주님을 처음 만났던 곳, 불붙은 떨기나무가 서있던 곳, 호렙산 광야에 저희를 세우소서(출 3:1~2). 그리고 우리 발에서 신을 벗게 하소서(출 3:5). 독사와 전갈이 우글거리고, 날카로운 떨기나무 먼지바람이 회오리치는 곳, 그 ‘거룩한 땅’, 거친 광야에서 맨발로 서게 하소서. 지금까지 우리를 보호해 온 모든 것. 우리가 지켜온 모든 것을 벗어 버리고, 맨 몸으로 주님 앞에 서게 하소서.

그리고 주님의 말씀, 다시 듣게 하소서: ‘이제 가라, 이스라엘 자손의 부르짖음이 내게 달하고 애굽 사람이 그들을 괴롭히는 학대도 내가 보았으니, 이제 내가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너에게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게 하리라(출 3:9~10)’.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가족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주민들, 강정마을, 밀양과 청도 주민들,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부르짖음, 생활고로 목숨을 끊은 세 모녀의 탄식,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의 한숨소리,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는 생태계의 신음소리를 들으시고, 권력자들의 횡포와 학대를 보시는 주님, 그들을 구원하여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시기를 원하시는 주님, 저희도 모세처럼 보내심을 받을만한 자격도 없지만(출 4:10~13), 모세와 함께 하셨던 것처럼 저희와 함께 하시고, 모세에게 주셨던 하나님의 지팡이를 저희에게 주셔서, 고통 받는 주님의 백성을 자유와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땅으로 인도하게 하소서.

지난 90년 동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지키시고 인도하신 주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재정위기, 교파이기주의, 신학적 대립, 교회의 양극화는 ‘오이쿠메네’ 정신, 생명 살림, 정의와 평화와 창조의 보전,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를 추구해 온 전통은 물론, 미래의 비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흔들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저희가 함께 만들어 온 것을 통회하오니, 예수 그리스도께서 처음 시험받으셨던 광야에 저희를 세우소서. 돌을 떡으로 만드는 경제적 기적, 종교적 기적, 천하의 모든 권력에 대한 유혹을 오직 말씀으로 단호하게 물리치신 예수님처럼(마 4:1~11), 저희도 모든 형태의 세상 권력을 거부하고, 오직 주님 말씀의 권위에만 순종하게 하시옵소서. 경제적, 종교적, 정치적 우상숭배를 배격하고, 오직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만을 섬기는 저희가 되게 하옵소서.

10년 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창립 100주년을 맞게 됩니다. 이 10년의 세월, 약속의 땅을 향한 순례의 광야길이 되게 하시옵소서. 교회협의 10년이 한국교회를 변화시키는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험하고 위험한 길, 두려움과 고통과 상처를 주는 길, 시험과 시련의 길이지만, 또한 연단과 소망의 길이 되게 하시옵소서.

우리는 하나님의 영을 따라 광야로 갑니다.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곳이 곧 광야이며 교회가 설 자리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기 위하여 스스로를 변혁하겠습니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개혁과제를 확고히 하겠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기 위하여 사회의 정의를 위해 일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정치, 사회, 경제 등의 삶의 모든 곳에 파송되어 성직을 수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90년의 역사를 통해 배운 에큐메니칼 운동의 가치를 지키고 보존하겠습니다.

우리는 정의와 평화의 순례에 나서겠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향한 순례는 힘들어도 즐거운 길입니다.이 순례 길은 많은 길들의 만남이며 큰 길의 갈래이기도 합니다. 이 아름다운 순례를 통해서 우리는 더 많은 사람과 연대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날 것입니다.

주님, 우리의 앞길에 자비를 베푸시옵소서.

2014년 11월 2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63회 총회 참석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