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수출 대금을 부풀려 금융권에서 거액을 빌린 모뉴엘 박홍석(52) 대표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박 대표는 수백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노정환)는 모뉴엘 박 대표와 신모 부사장, 강모 재무이사 등 3명을 24일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미국·홍콩에 있는 모뉴엘 해외 지사에서 수출대금 액수를 부풀려 신용장 등 서류를 꾸민 혐의(관세법상 가격조작)를 받고 있다. 검찰이 포착한 허위수출입 신고 규모는 1조2000억원대에 달한다.
모뉴엘은 조작한 서류로 발행한 수출 채권을 금융회사들에 할인 판매하고, 만기가 다가오면 다시 같은 방식으로 채권을 발행해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뉴엘의 금융권 대출 잔액은 현재 6700억원에 이른다. 은행권은 이 여신의 상당액을 손실 처리해야 할 처지다.
이들은 361억원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특가법상 국외재산도피), 해외 계좌를 통해 2조8000억원을 입출금 거래하며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도 받고 있다. 이와 별개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박 대표를 대출사기 등 혐의로 진정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2004년 컴퓨터 제조업으로 시작한 모뉴엘은 로봇청소기 제조업체로 유명세를 얻었다. 창업한지 10년도 안 돼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급성장해 유망 가전업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계가전박람회(CES) 기조연설에서 ‘주목할 회사’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는 수출 실적을 눈속임한 결과에 불과했다. 모뉴엘은 지난달 20일 은행에 갚아야 할 수출환어음을 제때 결제하지 못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수출 실적 부풀리기' 모뉴엘 대표 구속 기소
입력 2014-11-24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