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클래시오브클랜’ 대형편의점 막장 펜스 좀 보소!

입력 2014-11-24 16:40 수정 2014-11-24 19:03
사진=클래시오브클랜 캡쳐
A씨(69)와 B씨(59)는 경기도 남양주에서 작은 마트를 5년째 운영중인 부부다. A씨는 당뇨를, B씨는 대장암을 앓고 있지만 세 남매를 키우기 위해 하루 17시간씩 꼬박 가게문을 열고 있다.

지난 21일 도로 건너 맞은편 마트 앞 인도에 철제 펜스가 설치됐다.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업자가 영업을 그만 둔 맞은편 마트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담배판매권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담배를 팔기 위해 소매점간 50m의 거리를 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의 맞은편 마트는 A씨의 마트로부터 50m가 넘지 않기 때문에 담배판매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행인이 A씨의 가게로부터 새로 입주할 편의점까지 설치된 펜스를 돌아서 걸어가게 되면 50m를 조금 넘게 된다.

펜스 설치 직후, 남양주시 풍양출장소 관계자가 직접 두 점포사이의 거리를 쟀다. 펜스를 통해 돌아가게 됐을 때 50m를 다소 넘었다. A씨가 “불법이 아니냐”고 묻자 출장소 관계자는 “2m 이하의 펜스를 설치하는 것은 합법이다. 펜스의 오른편, 왼편 두 방향 모두 돌아가도 50m를 넘어가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다”고 답했다. 출장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도로교통법은 보행자가 직접 걸어가는 거리를 소매점간의 거리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편의점 업자가 들어서게 되면 담배판매권 허가 부여에는 제약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 업계는 소매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다양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업자는 입주할 건물의 외부 출입문을 막고 내부에 통로를 만드는 방법으로 기존 구멍가게로부터 10m 떨어진 곳에 담배판매권을 받아내기도 했다. 한 편의점 영업사원은 “펜스 설치 말고도 건물 구조 변경, 주차공간 설정 등 담배판매권을 얻어내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기존 골목 상권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편법이 골목 상권을 해칠 수도 있지만 보행자의 안전도 해칠 수 있다. A씨의 가게와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들어설 곳 사이에는 1차선의 작은 도로가 있다. 둘 사이의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1m가 채 안되는 곳을 철제 펜스가 가로막고 있다. 때문에 휠체어가 지나가기에 매우 협조한 공간이다. 또, 아이가 횡단보도를 빠르게 건너다 철제 펜스에 부딪혀 다칠 우려도 있다.

이런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의 펜스 설치가 최근 유행하는 게임인 ‘클래시오브클랜’을 떠오르게 한다는 조롱도 있다. 적들의 침입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펜스를 설치하는 게임이다. 적들이 펜스를 돌아들어오며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하게 만들어 마을을 지키는 대포를 더 맞게 하는 것이 게임을 이길 수 있는 비결이다.

A씨는 “조금 외진 이곳에 가게를 둬 안심했는데 몇 년 안돼 대형 마트들이 들어서더니 이제는 울타리 친 편의점까지 들어섰다”며 “20대 때부터 장사를 해서 장사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어떡하나”고 울상을 지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