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투어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 5위 오른 허인회 “군대 갔다 와서 미국 진출해야죠”

입력 2014-11-24 16:54
허인회가 지난 21일 일본 미야자키현 피닉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던롭골프대회에서 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군대 갔다 와서 미국투어로 가야죠. 같이 뛰는 일본 선수들이 ‘왜 미국 안가냐’로 자꾸 물어요.”

23일 끝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 한국선수 중 가장 좋은 단독 5위로 경기를 마친 허인회는 두 차례 실수로 우승을 놓쳤다는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허인회는 3라운드 12번홀에서 티샷을 소나무숲에 빠트리며 트리플보기를 범했고, 마지막 4라운드 에서는 공동 선두를 달리다 15번홀에서 꼭같은 실수로 2타를 까먹어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그 두 홀에서만 5타를 놓친 것이 결정타였어요. 하지만 최근 샷감이 좋아 남은 일본투어 2개 대회에서 1개 대회는 우승하도록 열심히 할게요.”

허인회는 내로라하는 미국, 호주, 일본선수 등 84명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드라이버 비거리 1위(294.88야드)를 기록하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장타를 앞세운 허인회는 그린 적중률(77.78%)도 1위에 올라 샷감이 절정에 있음을 보여줬다. 일본선수들이 장타자인 그에게 미국 진출을 권유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는 골프선수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국군체육부대 입대가 확정돼 있어 내달 8일이면 훈련소에 입소해야 한다. 프로선수로서 기량이 절정에 달해있는 지금 군 문제는 항상 그를 짓눌러왔다. 그러다 최근 들어 먼저 군 문제를 해결한 뒤 홀가분하게 미국투어로 진출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바꿔먹었다.

이번 대회 3라운드에서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인 조던 스피스(21·미국)와 같은 조에서 라운딩한 경험도 소중했다.

“그 친구는 나이는 저보다 많이 어린데도 첫 번홀 티샷부터 마지막 홀 퍼팅까지 그렇게 프로답게 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분위기에 쉽게 좌우되는 저로서는 존경스럽기까지 했어요.”

허인회는 경기 전략을 짜는데 꼭 필요한 야디지북을 안보는 선수로 일본 취재진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허인회는 “왜 야디지북을 안 보느냐”고 묻자 “돈이 없어서 못샀다”고 농담할 정도로 여유로 생겼다. 3라운드에 손등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도 최선을 다한 그는 ‘게으른 천재’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성숙해졌다.

이 대회는 유독 한국선수에게 우승을 내주지 않는 징크스가 있다. 지난해는 김형성(34·현대자동차)이 우승에 도전했지만 전 세계 랭킹 1위 루크 도널드(37·영국)에게 우승을 내주고 준우승에 그쳤었다.

미야자키=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