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방 안 했는데요” 육군 장교 만취 난동 사건의 재구성… 페북지기 초이스 뒷이야기

입력 2014-11-24 15:17 수정 2014-11-24 15:20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훈방한 건 아닌데….”

육군이 대학병원 응급실 등에서 만취해 난동을 부린 장교를 훈방해 물의를 빚고 있다는 소식과 관련해 해당 부대가 적극 해명을 해왔습니다. 듣고 보니 물의를 빚은 장교도, 장교를 조사한 육군 헌병대도 억울한 측면이 있겠네요. 24일 페북지기 초이스 뒷이야기입니다.

본보는 이날 오전 한 통신사의 기사를 토대로 육군 7사단 5연대 소속 한모(23) 소위가 휴가 중 술에 취해 길거리와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렸으나 육군 헌병대가 한 소위를 훈방 조치해 휴가를 계속 보내도록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휴가 중 난동을 부린 한 소위도 문제였지만 육군 헌병대 또한 비상식적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는데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해당 부서 대변인격인 A 장교가 본보에 전화를 걸어와 ‘군인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잘못을 했다’면서 ‘하지만 일부 사실과 달라 답답한 측면이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A 장교의 말에 따르면 한 소위는 헌병대에 이첩된 이후 휴가를 이어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응급실에서 수사관을 사칭하거나 큰 난동을 피운 것도 아니라고 하네요.

A 장교는 “한 소위에게 계속 휴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는 보도는 잘못됐다”면서 “한 소위는 헌병대 이첩 직후 자대로 복귀시켰으며 현재 조사를 받기 위해 대기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소위가 저지른 일도 부풀려진 측면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한 소위는 지난 금요일인 21일 휴가를 나와 여자친구 및 그 일행과 함께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호프집에서 자신이 계산을 하고 화장실을 다녀와 보니 먼저 나간 여자친구가 사라졌다고 하네요. 마침 근처를 지나는 남자들이 여자친구의 것으로 보이는 코트를 들고 있었고 흥분한 한 소위가 코트를 보자고 달려들면서 사건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경찰이 출동해 한 소위를 훈계하고 말았는데요. 이때 경찰이 한 소위의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강원대병원 응급실에 있다고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한 소위의 여자친구는 술을 마시고 호흡곤란 증세로 응급실에 가있었다고 합니다.

한 소위는 경찰의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흥분한 나머지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병원 관계자들에게 환자 명단을 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다시 출동한 경찰은 또 한 소위를 보고 팔을 꺾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고 한 소위가 팔을 뿌리쳤다고 합니다.

결국 한 소위는 경찰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육군 헌병대에 이첩됐습니다.

A 장교는 “큰 난동이 아니었지만 휴가 중인 장교가 술에 취해 병원 문을 차고 환자 명단을 막무가내로 요구한 점은 두말할 나위 없는 잘못”이라면서 “하지만 육군 헌병대가 보기에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그냥 자대로 복귀해 조사를 받을 준비를 하라고만 했다”고 합니다.

A 장교에 따르면 한 소위는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았습니다. 여자친구와 3시간반 정도 술을 마시면서 자신은 유리 물컵 한 잔 정도의 맥주만 마셨다고 합니다.



즉 만취한 상태도 아니고 큰 행패를 부린 것도 아니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데다 여자친구를 찾으려는 긴박한 상황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해 구속수사하지 않고 자대에 가있으라고 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해명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만취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흥분했을까, 왜 굳이 병원 문을 차고 들어갔을까, 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하지 않았을까 등등 말이죠.

A 장교도 이 점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겠다고 하네요.

“왜 그랬을까 저도 궁금합니다. 아마 여자친구와 중대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만 하고 있는데. 답답할 뿐이죠.”

한 소위는 지금 울먹이며 반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술김에 한 일이고 별일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죠. 육군도 훈방한 게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가장 답답한 건 우리 국민들입니다. 가뜩이나 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는데 이런 일이 터지니 말이죠.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