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친딸처럼 여겼건만” 돈빼돌려 명품·성형·승마 ‘호화 생활’

입력 2014-11-24 14:00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국민일보DB

어려서부터 가난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류모(32·여)씨는 서울의 4년제 대학에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학비와 생활비는 버거웠고 사채 2500만원을 빌린 뒤에는 빚 독촉까지 받게 됐다.

류씨는 2008년 한 중소 의류업체 경리 직원으로 입사했다. 싹싹하고 일 잘하는 류씨에게 업체 회장은 신뢰감을 갖고 회계업무까지 맡겼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격이다. 입사 1년 만인 2009년 10월부터 류씨는 지인 계좌를 거래처 계좌인 것처럼 꾸며 회삿돈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9월까지 약 5년간 60여 차례 횡령액은 9억6000만원에 달했다.

이 돈으로 류씨는 명품 가방과 시계, 고가 의류·구두 등을 샀다. 5000만원을 들여 성형수술을 받고, 고급 피부과·마사지숍을 다니며 승마까지 배웠다. 돈을 빌려주고 연이율 30%의 이자를 받는 ‘사채놀이’를 하는가 하면 남자친구 대학 등록금까지 대줬다.

류씨의 호화로운 생활은 회사 경영권이 회장에서 아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회삿돈이 줄줄 새는 것을 발견한 경영진에 의해 들통났다. 류씨는 지난 10월 경찰 조사에서 횡령 사실을 시인한 뒤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도피행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흔적을 남기지 않던 류씨가 병원에 입원해 수술 받으면서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서울 성동경찰서 악성 사기범 검거 전담팀은 지난 19일 잠복 끝에 류씨를 검거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편모 슬하의 류씨를 안타깝게 여긴 회장은 류씨 결혼식에 아버지 대신 손을 잡고 입장해 주기로 약속할 정도로 친딸처럼 여겼다”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라고 말했다.

남호철 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