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이민개혁안을 발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하면서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뿐 아니라 대통령까지 직접 가세해 연일 팽팽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ABC 방송 ‘디스 위크’(This Week)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공화당 주도의 의회가 이민개혁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발동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압박했다. 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서는 “역사학자들에게 물어보고 역대 대통령들의 행정명령 건수 기록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21일 미국 내 불법체류자 1130만명 가운데 44%의 추방을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라스베가스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강을 한 뒤 22일에는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민개혁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5일에는 시카고의 코르페니쿠스 커뮤니티 센터에서 연설이 예정돼 있어 대국민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민주당 의원들도 동시다발적인 지원사격에 돌입했다. 특히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1일 뉴욕역사협회 행사 연설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그동안 이민개혁안이나 미국 캐나다 사이의 키스톤 송유관 건설 법안 등 첨예한 이슈에 대해 발언을 자제해 “메시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클린턴 전 장관은 이를 의식한 듯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섰다. 그는 “이것은 사람들의 생활에 관한 문제, 오늘 밤 우리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서빙을 하는 사람들의 문제”라면서 적극적인 이민자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도 ABC방송 인터뷰에서 “만약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출마하게 되면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고 또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화답했다.
반면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16년 대선 국면에서 이득을 보기 위한 정치적으로 불순한 동기에서 이번 조처를 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민개혁 문제는 행정명령이 아니라 의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될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공화당 잠룡 중 한 명인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일방적인 행정명령은 상·하 양원 의원들을 모욕한 것”이라면서 “의회를 향해 ‘당신들은 필요 없다’고 말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레그 에보트 텍사스 주지사 당선자는 폭스 뉴스의 ‘선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민개혁안이 멕시코와 접경지역인 텍사스 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행정명령의 이행을 막기 위해 예산안 보류, 상원 인준 거부, 셧다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응책을 고심 중이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게 공화당의 고민이다.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은 CNN 방송에서 “공화당이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이민개혁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내부 비판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이민개혁안 후폭풍’ 오바마 행정명령 서명에 美 정가 갈등 최고조
입력 2014-11-24 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