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신앙으로 하나 되는 한국교회
갈라디아서 2장 20절
장종현 목사 (예장백석 총회장, 백석대학교 설립자)
할렐루야! 사랑합니다.
먼저, 이 땅에 선교사님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게 하시고, 지금까지 한국교회를 인도하여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또한 한국 기독교선교 130주년 기념성회를 준비해 주신,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님과 준비위원장 소강석 목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올해는 한국 기독교 선교 1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1884년 알렌이 의료선교사로 한국 땅을 밟은 지 130년이 됩니다.
그 후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로 지속적인 부흥과 성장을 하였습니다. 고난의 시기, 교회는 많은 사람들의 피난처였으며 위로와 희망을 주는 구원의 안식처였습니다. 이는 우리 민족을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이요, 복음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교사님들의 거룩한 희생의 대가였습니다.
저는 오늘 목숨 걸고 헌신한 많은 선교사들 가운데서 양화진에 제일 처음으로 안장된 헤론 선교사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헤론 선교사님은 미국에서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이미 20대에 교수로 초빙됐습니다. 그러나 헤론 선교사님은 복음을 위해서 낯선 한국 땅을 찾아왔습니다. 1885년에 파송된 그는 알렌 선교사님과 함께 제중원에서 환자를 돌보았고, 언더우드 선교사님과 함께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자들을 돌보던 헤론 선교사님은 휴가도 없이 일하다가 결국 이질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의 나이 34세에 불과하였습니다. 자신의 삶을 버리고 온전히 예수님의 생명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고난의 길을 선택하셨던 것입니다.
선교사님께서 죽음을 무릅쓰고 전하려고 했던 것은 바로 십자가 복음입니다.
이처럼 수많은 선교사님들께서 죽음으로 뿌린 복음의 씨앗이 지금 선교의 열매가 되어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을 복음의 나라로, 선교 강국으로 세워 놓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 땅에 피 흘려 교회를 세운 선교사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오늘 설교의 주제는 ‘십자가 신앙으로 하나 되는 한국교회’ 입니다. 지금 한국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십자가 신앙의 회복이라고 믿습니다. 십자가는 기독교의 가장 기본적인 진리이며, 또한 동시에 기독교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죄로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위해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죽음을 당하셨습니다. 그 피의 공로로 우리가 새 생명을 얻었지만 한국교회는 지금 십자가의 고난과 희생을 외면한 채 눈에 보이는 성공과 축복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 한국교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십자가 신앙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십자가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은,
첫째, 십자가만 믿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십자가는 기독교의 처음이고 마지막입니다. 하늘 보좌를 비워두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자신의 사역을 다 이루신 곳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우리의 죄를 대신하셨다는 역사적 증거이자 고난과 희생의 상징입니다. 그러면서도 십자가의 죽음은 패배가 아니라 사단과의 싸움에서 이긴 진정한 승리였습니다. 우리를 죄 가운데에서 구원하시고, 그리스도의 피로 구속하신 유일한 증거가 바로 십자가에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철저한 하나님의 계획이었습니다. 십자가 형벌은 당시 유대인들에게 가장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운 죽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 구원을 얻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감히 인간의 생각과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인 사랑을 십자가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예수님의 죽음은 모든 것이 끝난 것과 같은 절망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예수님은 “다 이루었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이 죽음으로써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에게 부활 생명을 허락하신 것입니다. 다른 길은 없다는 말씀입니다. 결국 우리는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인해 새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는 것은 오직 십자가를 붙들고 사는 것입니다.
종교개혁자들이 외쳤던 5대 솔라가 바로 이것입니다.
- 오직 성경!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하여 말씀하고 있습니다.
- 오직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의지할 때만 구원을 받습니다.
-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신 구원을 믿음으로 받는 것입니다.
- 이 모든 것은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위함입니다.
믿음은 단순한 것입니다.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목회자와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믿고 의지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 물질, 명예, 권력, 학력을 믿고, 지식을 의지합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하고 아는 것만 전하려고 합니다. 말씀에 의지하고 성령님께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에 의지해서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십자가 신앙은 찾아볼 수 없고 지식을 자랑하는 교만한 신앙만 가득 찬 것입니다.
- 또한 대대로 예수 믿는 가문을 자랑하고, 집사, 권사, 장로, 목사라는 직분이 구원을 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 교회 건물과 교회 예산이 많은 것을 믿고, 성도의 숫자가 많은 것을 자랑합니다.
- 오래 된 교단, 큰 교단, 장자교단을 자랑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도 중요합니다만, 우리의 의는 다 낡은 옷과 같은 것이요, 다 배설물과 같은 것입니다.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이 우리의 구원입니다. 우리의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은 죄악의 욕망뿐이요, 이것들로부터 우리를 깨끗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 없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께서 주신 유일한 구원의 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선교사님들이 전해 주었던 단순한 십자가 복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종교개혁자들이 외쳤던 ‘믿음으로만 구원받는’ 복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사 십자가에서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살아가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둘째,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믿고 구원을 얻은 성도들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마태복음 16장 24절에서는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누가복음 14장 27절에서는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고 경고하십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십자가의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누구도 희생하려 하지 않고, 누구도 십자가를 지려하지 않고, 자신의 체면만 생각하고 자신의 명예와 권력만 생각합니다. 내가 십자가에서 죽겠다는 결단이 없이는 한국교회가 민족의 소망도, 열방의 소망도 될 수 없습니다.
로마서 6장 6절에서는 “우리가 알거니와 우리의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죄의 몸이 죽어 다시는 우리가 죄에게 종 노릇 하지 아니하려 함이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갈라디아서 5장 24절에서는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십자가로 인해 우리는 하나님께 속한 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믿는 우리들은 정욕과 탐심을 버리고,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내 마음’ 깊숙이 새겨 그 뜻에 순종하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은 고난의 길을 기꺼이 걸어가는 것입니다. 자기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이 원하는 길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속성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이 나를 지배하도록 할 때 십자가를 지는 삶이 가능해 집니다.
요한복음 6장 63절에서는 “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고 말씀합니다. 살리는 것은 영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우리들은 영적 생명이 회복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욥기 32장 8절에서는 “사람의 속에는 영이 있고 전능자의 숨결이 사람에게 깨달음을 주시나니”라고 말씀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영이 그리스도의 지배를 온전히 받을 때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입니다. 전능자의 숨결이 우리 속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로마서 7장 21절에서는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라고 말씀하면서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섬기려고 하지만, 실제 육체로는 ‘죄의 법’을 섬긴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영이 나를 지배하지 않으면 우리는 죄의 종노릇 하다가 죽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영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참된 믿음을 가질 수 없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목회자, 그리고 성도 여러분!
십자가는 고난이고 죽음이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죽는 것이 곧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십자가만이 우리가 사는 길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성령님께 의지하여 십자가 신앙으로 돌아가는 한국교회 모든 성도들과 목회자들이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셋째, 십자가로만 하나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희생은 ‘하나 됨’을 이루는 시작입니다. 에베소서 2장 14~16절에서는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법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폐하셨으니 이는 이 둘로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과 원수 되었던 우리와의 막힌 담을 예수님의 십자가로 헐어 주셨습니다. 십자가로 둘을 한 몸으로 만들었고,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셨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십자가를 아는 사람들은 과거의 잘못을 서로 회개하고, 또한 용납하고 용서합니다. 회개와 용서는 다툼과 분열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교리와 신학으로 갈라져 싸우는 한국교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회개와 용서’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용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분쟁, 분열과 다툼은 모두 ‘용서’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믿는 자들 가운데 소송이 늘어나고, 연합기관이 분열하고, 교회 안에 비방하는 세력이 생겨나는, 지금의 현실은 모두 잘못된 믿음 때문입니다. 요나 선지자는 하나님께로부터 니느웨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니느웨로 가지 않고 다시스로 갔습니다. 니느웨가 그동안 저지른 잘못을 생각하면 망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요나의 마음이 지금 우리 안에 가득합니다. 교회 안에 잘못된 일이 생기면 서로 헐뜯고 비난합니다. 분노하며 정죄하고 벌주길 원합니다. “내 잘못이 크다”고 먼저 회개하는 사람은 없고 정죄하는 말들만 넘쳐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회개하길 원하고 서로 용서하길 바라시며,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계십니다. 멸망이 아니라 ‘변화’를 원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이 모든 뜻에 순종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가정에서도 부모님의 간절한 소원은 자녀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화목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주님은 오늘도 우리의 하나 됨을 위해 친히 하나님께 중보기도하고 계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기독교 선교 13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에 주어진 과제는 ‘연합’입니다. 교회가 먼저 하나 되지 않고는 복음을 전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끼리 싸우고 우리끼리 비난한다면 누가 우리를 보고 믿는 자라 칭하겠습니까? 믿음으로 십자가를 질 때 한국교회 안에 용서와 화해가 일어날 줄 믿습니다. 회개와 용서운동으로 한국교회와 사회를 살리고 믿지 않는 자들을 구원의 방주로 이끄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한국교회가 회개하고 용서하여 연합에 이르기 위해서는 한 교회의 노력만으로는 안 됩니다. 한 교단의 수고만으로 큰 역사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비록 교리가 다소 다르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용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죽음으로 허무신 벽을 인간이 다시 쌓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철저히 자신부터 회개하면서 서로 용서하는 영광스러운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회개가 있는 교회, 용서가 있는 교회, 하나 되는 교회로 하나님께 칭찬받고 복을 받는 한국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뜻을 위해 십자가를 기꺼이 지는 순종이 있어야 합니다.
명예, 물질, 심지어 나 자신까지도 버려야 합니다. 내 안에 살아 있는 마지막 자존심까지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죽어야만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역사, 하나 되는 역사가 일어납니다. 우리가 무릎 꿇고 기도할 때 예수님의 생명과 빛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영과 하나님 말씀의 지배를 받아 세상의 윤리나 도덕보다 더 거룩하게 살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성령님께 의지하여 기도에 더욱 힘써야 합니다. 무릎의 신앙이 없이는 우리가 하나 될 수 없습니다. 용서하지 못할 일까지도 모두 용서하고, 부끄러운 작은 죄까지도 하나님 앞에 내려놓읍시다. 회개하며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여 하나 되는 일에 힘써 한국교회를 다시 일으킵시다.
이제 말씀을 맺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선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는 다시 부흥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해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십자가를 지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면 됩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면 되는 것입니다. 낯선 나라에서 복음을 전하고 이웃을 돌보다 죽음을 맞이한 수많은 선교사님들의 십자가 신앙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고난의 길인 줄 알면서도 십자가를 묵묵히 지시고,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을 기억합시다. 십자가 고난 후에 사망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 생명의 승리에 대한 소망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십자가 신앙으로 돌아가 생명의 복음으로 뜨겁게 부흥하길 기도하며, 한국교회의 연합을 이루고 세계 선교의 중심이 되어 하나님 나라와 뜻을 이 땅에 실현하는데 아름답게 쓰임받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장종현 예장백석 총회장 설교 전문
입력 2014-11-23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