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들 ‘수화언어 교육권’ 제정 촉구 위해 여의도서 천막 시위

입력 2014-11-23 16:59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지난 12일부터 천막 하나가 생겼다. 매일 청각장애인 2명이 번갈아가며 천막을 지키는데 벌써 열흘이 넘었다. 이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수화언어법’ 제정을 촉구하며 추운 날씨에 거리로 나섰다.

수화언어법은 수화를 국어와 같은 자격을 갖춘 언어로 인정하고 청각장애인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청각장애인들은 2011년부터 수화언어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현재 국회에 ‘한국수화언어 기본법안’ ‘수화기본법안’ ‘한국수어법안’ ‘수화언어 및 농문화 기본법안’ 등 여러 법률안이 올라왔지만 세월호 사태 등으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지난 21일 천막을 지키던 청각장애인 장모(32·여)씨는 그동안 겪었던 불편함을 토로하며 수화언어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에 들고 있는 팻말에는 ‘수화 사용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장씨는 “세월호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통은 대피방송을 말로만 한다”며 “언제 일어날지 모를 사고로 우린 항상 긴장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화언어법이 제정되지 않아 가장 불편한 것이 교육 받을 때라고 했다.

장씨와 함께 농성장을 지키던 신모(32·여)씨는 “수화를 할 수 있는 특수교사가 별로 없어 입 모양을 보고 이해해야 하니 수업을 받는 입장에서 항상 힘들고 일반인보다 느리게 배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신씨는 “수화 언어가 표준어가 돼 있지 않아 지방별로 말이 다르다”며 “특히 전문용어는 수화로 전부 표현할 수 없어 한 글자씩 풀어 말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씨 등에 따르면 현재 특수교사 중 수화를 할 수 있는 교사의 비율은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장씨도 수화를 교사가 아닌 선배에게 배웠다. 이들은 “수화가 언어로 인정받게 되면 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도 자연스럽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화언어법을 통해 청각장애인과 일반인이 같이 일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며 “법이 제정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