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픔에 함께 하는 기독여성연대’는 2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세월호 이후의 한국사회와 신앙’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떡을 떼어 주셨던 예수의 모습을 기억하는 크리스천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발제에 나선 오현선 호남신학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시장자본주의가 인류역사상 가장 최적화된 경제시스템이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공명정대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처절한 방식으로 선포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는 물질의 욕망이 반생명적 맘몬으로 변할 수 있음을 목격했다”며 “그래서 이 사건의 해결점은 한국 사회 전반의 근원적 개혁을 위해 저항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는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통이 없을 내일을 전하며 오늘의 고통을 이기라고 말하면 안 된다”며 “고통당하는 사람과 함께 고통 가운데 기꺼이 연대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령 이화여대 교수는 ‘망각과 기억, 역사를 만드는 선택’이라는 발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망각의 위협에 맞서 기억을 지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어린 영혼을 위로해야 한다”며 “그것이 우리 후손에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아파하는 유가족과 희생자 가족에게 “삶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살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누가복음 마지막 장을 보면 예수님은 절망에 빠진 두 제자와 함께 음식을 나누고, 그 음식에 복 주시는 모습이 나온다”며 “예수님은 그들에게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삶의 복을 누리라는 복음의 명령을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님이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에게 허락한 삶을 끝까지 살고, 그 가운데 소소한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딸을 떠나보낸 박은희 전도사의 증언 시간도 마련됐다. 박 전도사는 “선한 사마리아인이라고 생각했던 크리스천들이 마음을 닫고 아파하는 자들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며 “다른 유가족들이 교회가 움직여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할 때마다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고 전했다. 박 전도사는 “그래도 양심이 있고 깨어있는 여러분들이 세월호의 진실을 말해주고 계셔서 힘이 된다”며 “크리스천들이 이 사회가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호소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절망한 이들에게 떡 주시던 예수처럼” 기독여성연대 세월호 토론회
입력 2014-11-23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