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상 받은 예멘女문화장관 “이 상을 유대인 형제들에게 바친다” 소감 화제

입력 2014-11-23 16:34
아르와 오트만 예멘 문화부장관은 지난 9월 여권 신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로부터 ‘앨리슨 데스 포지상’을 받았다. 사진=유먼라이츠워츠 홈페이지 캡처

“이 상을 점차 줄어드는 예멘의 유대인 형제와 친구들에게 바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슬람 전통이 뿌리내린 예멘의 한 여성 장관의 ‘도발적’ 수상소감이 화제가 됐다. 여성운동가 출신의 문화부장관 아르와 오트만이 그 주인공. 이날 발언은 그녀가 여권 신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로부터 지난 9월 받은 ‘앨리슨 데스 포지상’의 축하 행사에서 나왔다.

인구의 98%가 무슬림인 예멘에는 약 90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다. 이들을 적으로 보는 강경 이슬람 세력의 잦은 공격 탓에 이들은 미국대사관 내 공관 단지에만 거주한다. 오트만 장관은 이들에 대한 편협한 태도를 꼬집으며 다양한 종교 간 조화를 강조했다.

그녀의 언행이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달 초 문화부 장관에 지명됐을 때에도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춤을 추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여성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춤을 추는 것을 부적절한 행위로 간주하는 이슬람 관습 때문이다. 이밖에도 그녀는 전통의상 대신 청바지와 셔츠를 즐겨 입는 등 이슬람 전통에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2012년 독재정권 몰락 후 예멘의 정치개혁 과정에서 남녀 차별을 없애고 여성의 결혼 허용 연령을 18세로 법제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예멘에서는 지난해 강제로 첫날밤을 보낸 8세 신부가 장기파열로 사망하는 등 개인의 의사와 신체적 조건을 무시하는 조혼 풍습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됐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