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2015 U대회 유치활동비 24억원의 행방은?

입력 2014-11-21 16:53

광주시가 2015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금품을 FISU(국제대학스포츠연맹) 집행위원 등 세계 체육계 인사들에게 건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각국을 대표하는 27명의 FISU 집행위원들은 U대회 개최지를 최종 결정하는 투표권을 갖고 있다.

21일 KBS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한 내역에 따르면 광주시는 2009년 U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각국 집행위원 등에게 3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가 집행위원들에게 준 금품은 1개당 600백만원짜리 순금메달부터 명품 가방과 지갑, 휴대전화, 캠코더, 화장품 등으로 10여종에 이른다. 광주 유치를 이끌어내는 ‘활동비’에 사용하라며 브라질 체육계 인사에게는 미화 2만 달러(당시 환율로 2500여만원)를 현금으로 송금하기도 했다.

외국화폐로 환전됐지만 사용처가 불분명한 활동비도 6000여만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가 두 차례에 걸쳐 U대회 유치에 나서는 동안 광주은행과 금호그룹 등 금융기관과 기업들로 받은 후원금에다 자체 예산으로 충당한 U대회 유치활동비는 어림잡아 24억여원이다.

시는 이중 선물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5억원을 지출하고 영수증 등으로 증빙자료를 작성했다. 하지만 나머지 19억여원은 업무추진비로 막연하게 분류했을 뿐 구체적 사용처는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각국 FISU 집행위원뿐 아니라 국내 인사들도 U대회 유치위로부터 선물 공세를 받았다.

당시 U대회 유치위는 기업 등의 후원금 등으로 조성한 유치활동비를 일부 빼내 대회유치에 주도적 역할을 하던 당시 박광태 광주시장과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 등 국내 인사 등 20명에게 20마리 한 두름에 68만원하는 고가의 굴비를 명절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박광태 전 광주시장은 2015 U대회 유치위 집행위원장을 직접 맡고 있었다.

새누리당 광주시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2015 U대회 유치위가 FISU 집행위원 등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며 “유치활동비 집행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윤세 광주시당 위원장은 “만약 시 예산이 낭비됐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가 책임 있는 행정을 보여줄 것을 거듭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광주시는 당초 2007년 9월 ‘2013 U대회 유치전’에 처음 뛰어들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은 러시아 카잔에 밀려 아쉽게 실패했다. 이후 시민단체 토론회 등 우여곡절을 거쳐 재도전에 나선 결과 2009년 5월 캐나다 에드먼튼과 대만 타이페이를 누르고 2015년 U대회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 광주지역 시민단체 ‘시민이 만드는 밝은 세상’은 ‘외교적 결례’와 국제적 관행을 이유로 U대회 유치위 활동비 공개를 거부한 광주시를 상대로 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벌여 1, 2심에 이어 지난달 대법원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