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이 엄숙하게 시험을 봐야하는 수능 고사장, 1교시 언어영역이 시작하기도 전에 한 학생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감독관이 OMR카드를 나눠주자 그 학생은 “이게 뭐냐?”며 큰소리로 물어봤다.
수험생인 김모(19)군은 그때까지 ‘이 학생이 지적 장애가 있는 것 아닌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 학생의 소란은 이내 격화됐다. 수능 시험 내내 큰 소리로 트림을 했고 책상도 앞뒤로 흔들어댔다. 뒤를 돌아보거나 기지개를 켜고 신발 끈을 묶는 등 산만한 행동을 이어갔다.
수능을 보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학생의 문제를 감독관에게 제기했다. 감독관은 “원칙상 퇴실 시킬 수 없다”는 대답만 했다. 참다못한 박모(19)군은 수리영역 시험 도중 화장실을 가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복도에 있던 학교의 수석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외국어 영역 시험 15분 전 감독관 한명이 교실에 들어와 문제의 학생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했다. 하지만 학생은 이를 거부했고 이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실랑이는 외국어영역 시험 답안지를 받고도 계속 이어졌고, 듣기 시험 시작 3분전이 되어서야 간신히 끝났다. 감독관이 문제의 학생 옆에서 감시했다. 그리고 4교시가 되어서야 원하는 수험생들은 고사장을 바꿔주겠다고 했다. 27명의 학생 중 19명의 학생이 교실을 옮겼다.
지난 13일 A고등학교에 설치된 수능 고사장에서 발생한 이 소란으로 김군 등 수험생들이 시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들은 학교와 감독관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 교육청은 정식으로 민원이 접수되거나 소송이 제기되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수능 중 고성지르고 난동 부린 학생… 감독관은 “원칙상 퇴실시킬 수 없다”
입력 2014-11-21 15:54 수정 2014-11-21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