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면역으로 암치료하는 ‘다가 신수지상세포’ 눈길

입력 2014-11-21 15:09

인체 면역시스템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일본 아베종양내과의 아베 히로유키 박사가 ‘다가(多價) 신수지상세포 암백신 치료법’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면역시스템은 가장 뛰어난 암 치료제다. 인체에서 암세포 살상을 담당하는 것은 킬러T세포이며, 이 킬러T세포는 면역세포의 사령탑인 수지상세포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수지상세포는 암세포의 표식인 항원을 기억해 림프절로 이동해 킬러T세포에게 암세포의 정보를 전달해 암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이 암을 치료하게 된다.

이 획득면역인 수지상세포와 그 역할을 발견한 랄프 슈타인만 박사는 201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아베 박사는 “슈타인만 박사가 주축이 된 연구회의 영구회원으로 슈타인만 박사의 독자적인 지식을 그대로 전수받아 기존의 단순한 수지상세포 치료법이 아닌 항암작용이 더욱 강력한 다가 신수지상세포 암백신치료법을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베 박사의 다가 신수지상세포 암백신치료는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펩타이드(항원)를 찾아내고 추가하여 치료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수지상세포 치료와 차이가 있다. 즉, 기존의 수지상세포 치료법은 인체에 존재하는 수지상세포가 1% 미만이고 정맥혈액에는 0.1% 미만이어서 소량 채혈해서는 암 치료에 한계가 있었고, 임파구만 배양하여 치료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기존 치료는 약 5,000ml의 성분채혈로 2~3시간이 소요되어 환자에게 큰 부담이었고, 사용할 수 있는 펩타이드(항원)도 1~2종류로 한정적이었으며, 단쇄(單鎖) 펩타이드이기 때문에 치료효과도 약했다. 더불어 동결보관 후 해빙하여 치료에 사용하면 물리적 결합된 항원이 떨어지고 정맥주사만 가능해 효과면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

아베 박사의 다가 신수지상세포 암백신 치료는 소량인 약 25ml 채혈만으로 치료한다. 정맥혈에 있는 8~11%의 단구를 분리하여 암백신 치료를 하며, 치료는 유전자 검사와 항원검사, 종양표지자 검사 후 여러 종류의 개인 맞춤형 펩타이드가 추가로 사용된다. 사용되는 펩타이드는 장쇄(長鎖)라 항암 작용기간이 길며 암세포의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는 림프절에 피하주사로 한다.

이 치료법은 아베종양내과만의 차별화된 치료법으로 2014년 7월에 특허(특허 제5577472호)를 받았다.

아베 박사는 이 같은 내용의 다가 신수지상세포 암백신 치료법을 지난 15일 도쿄에서 개별화의료의 전략적 전개를 주제로 열린 제19회 국제개별화의료학회에서 공식 발표했다.

아베 박사는 이 자리에서 수술, 항암제, 방사선치료 등 표준치료로 할 수 없는 전이, 재발암 환자에게 다가 신수지상세포 암백신치료와 복합면역세포치료를 적용한 결과를 공개했다. 치료는 2주에 1번씩 총 6회(1싸이클)로 했으며 효과판정은 혈액검사와 영상진단으로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진행성 폐암환자 22명 가운데 15명(68.2%)이 효과를 얻으며, 진행성 대장암환자 32명 중 19명(59.4%), 진행성 췌장암환자 42명 중 18명(42.9%)이 치료 효과를 보였다.

치료는 유전자 검사와, 항원검사, 종양마커 종합검사 후 환자의 수지상세포에 평균 5개의 펩타이드를 추가 사용했다. 사용된 펩타이드는 써바이빈, MAGE-A3, NY-ESO-1, GV1001, WT1, MUC1, CEA, CA125 등이다. 아베 박사는 아베종양내과가 암세포 인지능력을 가진 다양한 항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중 GV1001은 유럽에서는 이미 특정 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펩타이드이며, 한국에서는 2014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식 허가한 췌장암 치료제다.

아베 박사는 췌장암 이외에서도 GV1001이 효과가 있어 일본의 임상시험계획(IND) 및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을 거쳐 추가로 임상실험 중인데, 이 임상실험은 폐암과 위암, 췌장암, 유방암 등 암종별 환자 40명씩 총 160명을 대상으로 3년간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선진바이오텍이 다가 신수지상세포 공동임상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송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