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허락 없이 땅 위에 고압송전선이 지나고 있다면 이를 철거하고, 그동안의 토지 사용료도 요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모(73·여)씨 등 2명은 1978년과 1981년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 임야와 밭을 각각 매입했다. 이들이 사들인 땅 위에는 1976년에 설치된 34만5000볼트짜리 고압송전선이 지나고 있었다. 임씨 등은 30여년이 지난 2009년이 돼서야 송전선을 철거하고 그동안의 토지 이용료를 내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한전 측은 임씨 등이 이미 송전선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땅을 구입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송전선을 철거해 달라고 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송전선을 철거하고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며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설치 당시부터 불법점유라고 볼 수 있는데 한전은 소송이 제기되기까지 적법한 토지 사용권을 취득하려고 노력하거나 불법점유에 대한 손실을 보상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하급심은 각각 다른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송전선 철거 주장만 받아들였다. 한전이 부당하게 취한 금액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부당이득금 반환은 인정되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전에 많은 비용이 든다”며 송전선 철거 청구를 기각하고 부당이득금 지급을 선고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허락없는 송전선, 철거뿐 아니라 토지 사용료도 받을 수 있다…대법 “30년 지났어도 철거해야”
입력 2014-11-20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