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CIA 고문 보고서’ 공개 막으려 총력전

입력 2014-11-20 11:29
사진=두산백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고문 금지 원칙’을 천명했지만 정작 행정부는 이 문제를 총체적으로 규명한 미 상원 ‘중앙정보국(CIA) 고문 진상조사 보고서’의 공개를 막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상원 보좌관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9·11 테러 이후 총체적인 고문 실상을 조사한 6300쪽 분량의 이 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폭로했다.

이 매체는 백악관과 CIA가 ‘개별 요원들의 신상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상원 정보위원회가 일부 익명처리에 동의했음에도 공개 전 더 많은 정보를 가리기 위한 ‘거래’에 여념이 없다고 밝혔다. 한 정보위 보좌관은 “백악관이 보고서가 일반대중에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치열하게 저항하고 있다”면서 “위원회는 추수감사절 전에 발표하려 하지만 백악관이 강하게 만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내년 1월이면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기 때문에 현 시점이 아니면 공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상원 정보위 소속으로 이를 주도하다가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민주당 마크 유달 의원은 지난 13일 덴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역사의 어두운 장을 밝혀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와 인권단체 역시 “행정부가 보고서에 모호한 편집을 원하며 버티고 있다”면서 “이해와 인정이야말로 온전한 진실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지난 12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고문과 처우를 금지하는 국제 고문방지협약은 미국 정부 당국이 통제하는 모든 지역에 적용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2005년 당시 국제 고문방지협약의 미국 내 적용만을 한정해 역외 외국인 고문을 정당화 했던 부시 행정부의 고문 원칙을 10년 만에 폐기한 것이다. 버내딧 미핸 NSC 대변인은 “미국 정부의 이전 견해와는 다른 것으로, 모든 미국인은 언제 어디서나 국내·국제법에 따라 고문행위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