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도 교인도… ‘12월 전쟁’ 거짓 예언 믿고 외국행

입력 2014-11-20 10:31 수정 2014-11-20 11:07
홍씨의 시위 모습. 그는 “전쟁 불감증에 걸린 한국시민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습니다”라고 썼다. 사진=페이스북
‘노아의 방주’ 모집글. 김모씨가 홍씨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페이스북
‘12월 한국전쟁설’을 주장하는 홍모 전도사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국민일보에서도 여러 차례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황당 주장”이라고 보도했는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많은 분들이 그 여인(전도사라고 부르고 싶지 않군요)을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독교 인터넷 매체 뉴스앤조이의 최근 보도를 보고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매체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전쟁이 곧 일어날거니 남쪽으로 내려가라” “아예 해외로 가라”라는 홍씨의 예언을 듣고 진짜 외국행을 결심한다고 전했습니다. 한 목사는 지난 16일 교인 20명과 캄보디아로 떠났는데 이 역시 홍씨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했습니다.

홍씨의 페이스북에는 수차례 ‘노아의 방주’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는데요. 한국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 플레젠튼로 떠나자는 구체적인 계획이 담겼습니다. 비자와 여권, 항공료를 직접 마련하고 300만원 이상의 생활비도 준비해야 한답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작은 IT기업을 운영한다는 김모씨가 이를 주도한다는 데요. 뉴스앤조이 기자가 직접 가본 모집 설명회에는 서울에서 목회하는 현직 남모 목사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노아의 방주’ 지원자는 지금까지 30여명, 자녀까지 합치면 50명이 넘는다고 뉴스앤조이는 말합니다.

더 황당한 것은 가고 싶다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란 겁니다. 뉴스앤조이 기사를 그대로 옮깁니다.

“이들(지원자)은 지난 17일 남 목사의 교회에서 최종 모임을 가졌다. 인터넷을 통해 지원한 이들만 모인, 최종 탑승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남 목사는 개인이 가고 싶어 해도 하나님이 허락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 시간 동안 기도회를 가졌다. 참가자들은 다같이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소리쳐 기도했다. 기도회가 끝나자, 남 목사는 한 명씩 불러내어 탑승 여부를 말해 주었다. 몇몇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갈 수 없다며 기도를 더 하고 오라는 말을 들었다.”

홍씨를 추종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외국행을 고민하거나 결심하는 글을 적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노아의 방주’ 1차 출국일은 오늘(11월 20일)입니다. 일주일 후 2차 출국 시도한다고 합니다.

홍씨는 미국 풀러신학대학원 출신이라며 학위를 자랑했지만 거짓이었습니다. 풀러신학교는 “홍씨가 공부한 것은 사실이나 학위 과정을 마치지는 못했다”며 “천국과 지옥을 봤다는 홍씨의 간증과 하나님의 직통계시에 대한 주장을 근거로 하는 예언사역은 풀러의 신학적 입장과 어긋난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거짓 주장에 속는 사람이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