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

입력 2014-11-19 17:57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추진이 주주들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두 회사는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 경우, 재무상황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고 합병 계획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7일까지 신청된 주식매수청구 현황을 확인한 결과 국민연금 등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집계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주 중 주식매수를 청구한 금액은 7063억원으로 당초 정한 매수대금 한도 4100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양사가 계획대로 합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삼성중공업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금액 9235억원까지 합쳐 총 1조6299억원의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 행사 과정에서 드러난 시장과 주주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이를 겸허히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25조원 규모의 초대형 종합 플랜트 회사로 도약을 추진하며 지난 9월 1일 합병을 전격 결의했다. 악화된 세계 조선·플랜트 시황으로 실적이 부진했고, 경영상황이 나빠져 있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해양플랜트와 석유화학플랜트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던 만큼 양사 합병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기로 했고, 그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투자자들에게 적극 설명해왔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는 플랜트 설계 역량을 한곳에 모으는 한편 관리직 인력의 슬림화, 통합구매를 통한 원가절감 효과도 노렸다.

하지만 주식시장 침체와 전반적인 업황 부진의 여파로 최근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행사가보다 하락하자 결국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무산됐다. 양사는 업황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별다른 대책 없이 실적부진을 계속 안고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합병을 전제로 세웠던 내년도 경영계획도 전면 수정해야 할 처지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한 사업 구조조정에도 제동이 걸렸다. 삼성은 제일모직의 직물·패션 사업을 떼어내 삼성에버랜드에 넘겼으며, 남은 제일모직의 소재 사업은 삼성SDI와 합병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완료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건설 사업을 재정비하는 등 건설 부문으로 사업재편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룹 성장을 이끌어온 전자 계열사들이 최근 부진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전략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삼성 오너 일가의 지분 문제에는 일단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둘 다 오너 지분이 전혀 없는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과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됐지만 삼성이 활로를 찾는 차원에서 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향후 합병을 재추진할지 여부는 시장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하여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합병을 다시 추진하더라도 실적 회복 등 주요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시일 내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양사는 합병 무산과 별도로 해양플랜트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겠다던 당초의 취지를 살려 플랜트 설계의 협업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