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유엔총회 결의안이 18일(현지시간) 통과되자 북한 대표들은 “국제사회가 대결을 선택했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북한 외무성의 최명남 부국장과 주유엔 북한대표부의 김성 참사관 등 북한 대표들은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가 오후에 속개되기 10여 분 전에 자리에 앉는 등 어느 때보다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의안이 통과되자 채택을 주도한 유럽연합(EU)과 일본, 그리고 미국 등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결의안 통과 이후 발언권을 얻은 최 부국장은 “북한이 국제사회와 더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결의안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북한과 대화를 하자는 것은 북한의 이데올로기와 사회체제를 부인하고 없애려는 것임이 드러났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뭐라고 하든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국장은 북한이 얼마 전 결의안에서 ‘ICC 회부’라는 표현을 빼달라고 요청하면서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스타브로스 람브리니스 EU 인권특별대표의 방북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게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는 “대결을 선택했는데, 그 사람들이 대결을 선포했는데…”라며 언성을 높였다.
미 국무부는 “결의안 통과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프 래스키 국무부 공보과장은 브리핑에서 “미국은 그동안 매년 제3위원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처리를 후원하고 지지해 왔다”고 말했다. 래스키 과장은 특히 “(북한인권 실태에 관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조사 결과와 권고 내용은 설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 목표와 더불어 북한 인권 문제도 아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도 결의안 통과를 환영하고 나섰다. 외교부는 논평을 통해 “지난 3월 채택된 유엔인권이사회 북한인권 결의에 이어 이번 유엔총회에서 문안이 보다 강화된 결의가 채택된 것은 북한인권 상황이 심각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COI의 권고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반대표를 던졌다”며 “우리는 인권 문제의 정치화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외신들도 결의안 통과를 비중있게 다뤘다. AP통신은 “그동안 자행된 반인권적 행태에 대해 북한과 최고 실력자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국제사회의 대담한 노력이 유엔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AFP통신도 유엔이 인권을 억압한 북한 정권의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소개했다.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유엔 북한 대표부 소속 외교관들이 유엔의 결정에 크게 당황하고 있는 것은 인권 탄압의 책임자로 사실상 김 제1비서를 직접 겨냥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北인권 ICC 회부] 북한 “국제사회가 대결 선택” 격앙… 우리 정부는 “환영”
입력 2014-11-19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