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집 '사슴' 초판본 7000만원에 팔려, 1936년 2원의 3500만배에 낙찰

천재시인 백석(1912~1996)의 유일한 시집 ‘사슴’ 초판본이 19일 7000만원에 팔렸다.

경매회사 코베이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6층 코베이 전시장에서 진행한 경매에서 ‘사슴’ 초판본은 5500만원으로 입찰이 시작돼 7000만원에 낙찰됐다.

1936년 1월 선광인쇄주식회사에서 인쇄한 ‘사슴’의 초판본 가격은 당시 2원(圓)이었다. 100부밖에 찍지 않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희귀본으로 꼽힌다. 시집 뒤편에 저작(著作) 겸 발행자 백석이라고 명기돼 있어 백석이 자비로 시집을 펴낸 것으로 보인다.

코베이 측은 “전문 소장가가 낙찰을 받았다”면서 “3년 전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이 1700만원에 낙찰된 적이 있는데 문학 서적으로는 최고가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베이에 따르면 이번에 경매에 나온 ‘사슴’ 초판본은 백석이 이육사(1904~1944) 시인의 동생인 문학평론가 이원조(1909~1955)에게 직접 준 것이다. 백석과 이원조는 일본에서 함께 유학한 문우(文友)였다. ‘사슴’에는 ‘여우난골족(族)’ ‘노루’ 등 시 33편이 실렸다. 계간 ‘시인세계’ 2005년 여름호 조사 결과 ‘사슴’은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거나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시집으로 꼽힐 만큼 큰 사랑을 받아왔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