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진의 남자’ 김승혁, 일본 투어 던롭피닉스 한국인 첫 승 도전

입력 2014-11-19 16:35
일본 던롭골프대회에 출전한 김승혁(왼쪽)이 19일 여자친구이자 프로골퍼인 양수진과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선수가 아무도 이 대회 우승을 못했다고 하네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를 대표해 첫 우승에 도전해보겠습니다.”

올해 KPGA 투어 상금왕과 대상에 빛나는 김승혁(28)이 20일 개막하는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메이저급 대회인 던롭피닉스 토너먼트에서 강력한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회는 JGTO 최고 총상금인 2억엔(약 19억원)이 걸린 5개 대회 중 하나로 그동안 한국선수들이 번번이 우승에 실패했다.

올해 JGTO 도카이 클래식 챔피언에 올랐던 김승혁은 이번이 대회 첫 출전이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 연습라운드를 마치고 대회 코스인 일본 미야자키현 피닉스 컨트리클럽에서 만난 김승혁은 “코스가 바닷가에 조성돼 있어 공중에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한 클럽 이상 길게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잔디도 한국과 일본의 일반적인 코스와 달라 러프에 빠지면 애를 먹는다”면서 “특히 방풍림으로 조성된 빽빽한 소나무 숲에 볼이 들어가면 더블보기를 예사로 할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승혁은 프로데뷔 9년만인 올해 KPGA 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오픈마저 석권하며 1년만에 KPGA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친구인 배상문(28·캘러웨이)이 각종 투어를 석권하는 사이 철저한 무명선수로 인고의 나날을 곱씹었던 결과였다.

그의 갑작스런 행운 뒤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뛰는 여자친구 양수진(23·파리게이츠)의 도움이 컸다. KLPGA 투어에서 5승을 거둔 양수진은 무명의 선수였던 김승혁에게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멘탈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고 한다.

과거 국가대표 시절처럼 자신감을 되찾은 김승혁은 올해 거짓말처럼 KPGA 투어 2승과 상금왕, 대상을 거머쥐었고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하지만 정작 양수진은 올해 우승이 없어 김승혁의 말처럼 “상황이 역전됐다.”

양수진은 지난 16일 KLPGA 투어가 끝나자마자 남자친구를 응원하러 일본으로 달려와 ‘패밀리’ 카드를 달고 김승혁을 응원하고 있다.

“연습라운딩 하는데 캐디처럼 꼼꼼히 코스 매니지먼트를 해주고, 스윙에 대해 조언해주니 고맙죠. 같은 골프선수여서 제가 필요한 것을 잘 챙겨줍니다.”

김승혁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스폰서사의 TV 광고물을 촬영하는 등 생애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양수진은 “오빠가 8월부터 계속 대회에 출전하고 있어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며 안쓰러워하면서 “앞으로 남은 3개 대회도 계속 일본에 남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미야자키=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