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 간부, 400억원대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 총지휘…검찰, 조직원 26명 구속기소

입력 2014-11-19 15:37

전 경찰 간부를 총책으로 전 프로야구 선수와 광고모델 등이 포함된 400억원대 보이스피싱 조직이 적발됐다. 광주지검 형사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19일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 3곳에 속칭 ‘콜센터’를 설치한 뒤 저축은행인 것처럼 가장, 대출을 해준다고 속여 2000여명으로부터 4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자금관리책 A(39)씨 등 조직원 26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범죄흐름도 참조)

검찰은 또 신원파악과 조회업무를 도와준 경찰관 B(41)씨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조직 총책으로 국외에 체류 중인 전직 경찰관 C(42)씨를 비롯한 조직원 21명을 지명수배했다.

전체 조직원이 100여명인 이들은 2011년부터 지난 2013년 7월까지 중국과 필리핀 등의 콜센터에서 국내로 전화를 걸어 저축은행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신용과 담보 부족 등으로 국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대출 희망자들의 명단과 연락처 등 구체적 개인정보를 불법 유통업자로부터 넘겨받아 대출수수료, 보증보험료, 인지대 등이 필요하다며 돈을 먼저 입금하도록 유도했다. 피해자들은 어눌한 중국인 등과 달리 완벽한 한국말 솜씨에 대부분 깜빡 속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등록된 저축은행 상담 담당직원들의 사진과 이름을 도용한 신분증을 위조해 피해자들에게 팩스로 보내주기도 했다.

검찰은 현재 파악된 피해금액은 40억여원이지만 범행일지와 환전금액 등을 참작하면 총 피해금액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실제 압수한 이들의 통장에는 2만여명으로부터 400억여원이 입금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전직 경찰관 2~3명 외에도 전 프로야구 선수, 광고모델, 연예인 매니저, 조직폭력배 등 다양한 출신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부부·형제·동서 등이 함께 범행에 가담했다고 덧붙였다. 조직 총책인 C씨는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모 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범죄 수사업무를 직접 담당했다.

C씨는 자신의 수사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지난 2011년 초 조직을 처음 결성했다. 이어 자신의 친동생 A씨에게 자금을 관리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자신이 현직 경찰관으로 근무할 당시 수사했던 3명(2명 구속기소) 등을 조직원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달아난 A씨 등 조직원들에 대해 여권무효화 조치를 취하고 인터폴 등과 국제공조를 통해 가명을 써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콜센터 근무자 등 50여명을 추적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