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3세의 한 여대생이 지하철에서 무개념녀가 된 고백이 담긴 글이 올라왔습니다.
여대생은 "어제 하루 어른한테 버릇없는 짓 하나 했다"며 말을 꺼냈습니다.
여대생은 지난 16일 홍대에서 공연 스태프를 준비하기위해 서울 영등포 역에서 친구를 만나 지하철을 타고 홍대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당시 신도림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다 휠체어를 탄 아저씨와 같은 칸에 타게 됐습니다. 아저씨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안가게 하기 위해 휠체어 전용석으로 이동하는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역에서 3명의 아줌마 무리가 이들이 있는 칸에 타면서 사건은 시작됐습니다.
아줌마들은 장을 본 건지 파 등의 채소류를 가득 들고 타자마자 폭풍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들은 "좁아 터지겠는데 휠체어까지 있네!"라며 "아저씨 이것 좀 놓게 옆으로 가보세요!"라고 소리쳤고 휠체어를 탄 아저씨는 죄송하다며 좀더 벽으로 붙었습니다.
여대생들이 어이없어하는 찰나 아줌마들의 무례함은 계속 됐습니다.
아줌마들은 "몸이 불편하면 밖에 나오지 말던가",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한다", "휠체어 탄 게 벼슬이다", "저렇게 늙기 싫다", "병신으로 늙으려면 죽어야 된다. 피해된다" 등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마치 들으라는 듯 서슴지 않고 내뱉었습니다.
여대생과 친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여대생은 아저씨에게 어디까지 가시느냐고 묻자 "신촌에서 내립니다. 죄송해요 아가씨들~"하고 멋쩍게 웃으셔서 마음이 더욱 아팠다고 전했습니다.
여대생은 "아저씨 제가 지금 좀 버릇이 없어질 건데 눈 딱 감고 한번만 봐주세요"라고 말씀드린 뒤 친구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대화를 들은 아줌마들은 "지금 우리 이야기 한 것이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학생들의 말에 "뭐 이런 계집애들이 있냐"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대생은 "저희 아주머니들 하시던 말을 조금 바꿔서 그대로 한 거예요. 아주머니들이 기분 나쁘다면 다른 사람도 기분 나쁜 것을 아셔야죠"라며 "솔직히 아저씨가 아줌마들에게 피해준 거 없어요. 오히려 아줌마들이 휠체어 자리에 끼어 들어와서 아저씨에게 피해준 거죠"라고 말하며 당당하게 맞섰다고 합니다.
그러자 아줌마들은 언성을 높이고 욕을 했지만 지하철에 함께 탄 다른 승객들까지 아줌마들에게 한마디씩하자 얼굴을 붉히며 다음 역에서 내렸다고 합니다.
여대생은 "저도 친구도 버릇없고 예의 없었다"며 "하지만 본인들만 알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아주머니들에게 예의 차리고 싶지 않았다”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그들은 자신들이 홀연히 떠나면 아저씨가 민망하실까봐 아저씨가 내리는 신촌역에서 같이 내려 다시 홍대로 갔다고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제 같은 지하철 2호선에 타고 계셨던 승객 여러분. 저와 친구 어제 하루만 개념없이 막말한 거 용서해주세요.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오히려 여대생들의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말 잘하셨네요. 내 속이 시원하다"
“개념녀인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
“얼굴만 늙으면 뭐하냐. 멘탈이 죽었는데. 오늘의 명언”
이 여대생은 자신의 글이 30만 이상이 조회하는 글이 될 줄도 몰랐고 자신이 아저씨를 도운 건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 생각이 나서였다고 자신이 왜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하는 글을 추가했습니다.
여대생은 이런 글을 올린 것은 사람들 관심받고 싶어서라는 비난 댓글을 보고 "저희 엄마 아픈거 가지고 거짓말 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습니다.
이어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를 보면 '다시 돌아올 두번의 기회는 없다고 생각하고 살자'라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동감하는 장면"이라며 "이번 일이 그 아저씨에게도 또 엄마에게도 부끄럽지않게 후회하지 않은 일이 된 거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장애인이 되고 싶어 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여대생들이 몸소 보여준 ‘역지사지’, 모두 마음 속에 품고 되새겨야 될 말이 아닐까요?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