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과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 사건의 책임 배후로 지목되면서 서방으로부터 제재 압박을 받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이번 발언은 최근 2번의 큰 외교 무대에서 푸대접 당한 앙금이 남은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푸틴은 18일(현지시간) “미국이 자국을 굴복시키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친정부 단체들과의 만남에서 "미국은 우리를 모욕하려는 게 아니라 굴복시켜 지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네요.
이어 그는 “미국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희생을 바라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역사상 러시아를 굴복시키려 했다가 성공한 이는 아무도 없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푸틴이 이런 발언을 쏟아낸 것은 최근 잇따라 열린 국제 외교의 큰 무대에서 찬밥 취급을 받은 것도 크게 작용한 것 같네요.
지난 10~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회의에서는 서방국가 지도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푸틴을 외면했다고 합니다. 각국 정상들이 연회장 같은 격의 없는 자리에서 푸틴을 끼워주지도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습니다.
이어 15~16일 호주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그 정도가 더 노골적으로 나타났습니다. G20 개최국인 호주는 푸틴이 항공편으로 도착하던 날 아예 제대로 마중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냉대는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친러 반군 세력에 의해 격추된 말레이시아 항공기 사건에 대한 분노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승객과 승무원 239명이 전원 사망했는데요. 여기에는 호주인 27명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APEC 회의와 마찬가지로 호주 G20 정상회의에서도 ‘푸틴 따돌리기’는 계속됐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서방국 지도자들이 푸틴에겐 말도 붙이지 않았다는군요.
급기야 푸틴은 ‘잠이 모자라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궁색한 말만 남기고 G20 정상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홀로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귀국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미국을 향해 강성 발언을 한 것이지요.
외교무대에서 외톨이가 되다보니 아쉬운 대로 역시 같은 처지인 북한과 연대를 모색하는 궁여지책을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인 최룡해 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푸틴 대통령이 서방과의 관계 개선 없이 언제까지 대결 국면으로 몰고 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서정학 기자 mideum@kmib.co.kr
푸틴 왕따 당해 서러웠나? 미국 향해 “러시아 굴복 시도 성공 못해” 강경 발언
입력 2014-11-19 11:00 수정 2014-11-19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