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존엄사 새댁’ 브리트니 메이나드의 어머니가 안락사를 비판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고인을 모욕했다”고 분노했다고 A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이나드의 어머니 데비 지글러는 이날 발표한 서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등 교황청을 향해 가시가 돋친 말을 쏟아냈다. 그는 “그들의 언급으로 가족은 비통함과 모욕보다 더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내 딸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악화되거나 극심한 고통을 겪기 보다는 좀 더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내 딸과 그 상황을 모르는 머나먼 대륙의 낯선 사람의 비난은 비난으로 분류할 가치도 없다”고 일갈했다.
지글러는 불치병이나 극심한 고통을 동반한 병을 가진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때 모든 선택 사항을 고려하는 것을 지지하고 격려한다고도 적었다.
희귀 말기암 환자인 메이나드는 지난 1일 의사가 처방한 약물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극심한 고통을 받느니 차라리 존엄하게 죽음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존엄사가 허용된 오리건주로 거처를 옮기고 죽음을 준비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새댁의 사연은 안타까움을 샀다.
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안락사를 존엄성을 위한 행동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동정심”이라며 “하나님과 창조물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메이나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를 염두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안락사를 조력 자살로 표현한 교황은 “조력 자살 운동을 병자나 노인을 오물처럼 내팽개치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교황청의 생명학술원 원장은 “메이나드의 안락사는 남의 도움을 받은 자살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 신학자 존 파이퍼 목사는 메이나드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삶과 죽음에 있어서 우리의 몸은 그리스도와 연결되어 있고,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고통을 줄일 수 있는 특권을 주셨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끝낼 수 있는 권한을 주신 것은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존엄사 새댁 어머니 “교황이 고인 모욕해”
입력 2014-11-19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