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KDN이 자사에 불리한 내용으로 법이 바뀌는 것을 막으려고 국회의원들에게 조직적으로 후원금을 기부하며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직원 568명을 동원해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비례대표) 의원 등 4명의 국회의원에게 995만∼1816만원의 후원금을 기부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김모(58) 전 한전KDN 사장을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전 의원은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이다.
2012년 11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사업에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의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돼 타격을 입게 된 한전KDN은 전 의원 등 야당 2명, 여당 2명 등 4명의 국회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기로 했다.
전 의원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나머지 세 의원은 한전KDN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문제의 법률 개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전KDN은 수시로 국회의원실을 방문해 법안 개정 내용에 ‘공공기관은 제외한다’는 조문을 삽입한 법률 수정안을 전달하며 법안을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이와 함께 그해 말 한전KDN 직원 491명이 10만원씩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전 의원에게는 1280만원을 내고 나머지 세 의원들에게도 995만∼1430만원의 후원금을 입금했다.
한전KDN은 이런 후원 내역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의원실에 전달하며 후원금을 냈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전 의원은 사업 참여 제한 대상에서 공공기관을 빼는 내용의 수정안을 다시 발의했고, 법안은 작년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3월 말 시행됐다. 한전KDN 직원 77명은 작년 8월 536만원을 전 의원에게 재차 기부했다.
경찰은 전 의원 등 4명의 국회의원실 보좌진에 대한 소환 조사를 벌여 의원들이 후원금을 받은 대가로 법안을 수정하는 데 관여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전 의원은 “당시 (수정) 법안을 발의한 것은 중소기업 보호라는 법의 취지와 달리, 공공기관이 공공부문 발주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됨으로써 민영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며 “법안 발의 후 약 한 달 뒤 법안 심사의 소관 위원회가 바뀌어 로비를 받을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김 전 사장과 로비에 관여한 조모(56) 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정현수 기자
한전KDN, 전순옥 의원 등 4명에 '입법로비'
입력 2014-11-18 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