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특사’ 北 최룡해, 크렘린 궁서 푸틴 면담… 무슨 말 나눌까

입력 2014-11-18 21:26
‘김정은 특사’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18일(현지시간) 크렘린 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특사단이 타고온 북한 특별기의 기체고장과 회항 등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면담이었다. 크렘린 공보실은 “오후 5시 최 비서가 대통령을 예방했고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최 비서는 면담 자리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긴밀해지고 있는 양국 관계를 한 차원 격상시키기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이 예정돼 있다. 앞서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핵 문제, 한반도의 비핵화 전망과 넓은 의미의 동북아 지역안보 문제, 북·러 간 양자관계 등이 논의될 예정”이라며 특사단과 논의할 세 가지 의제를 밝혔다. 정성장 세종문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양측이 정상회담 추진과 함께 6자회담 재개 조건을 협의할 수 있다”며 “북·중 공조의 틀이 북·러 공조로 바뀌는 역사적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북·러 관계의 진전에 대해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사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이 적극적인 외교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상황이 고립무원이라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면담은 최 비서 일행이 탄 특별기의 고장으로 10시간 넘게 일정이 지연된 뒤 성사됐다. 고장을 일으킨 특별기는 김정은 당 제1비서가 보유한 3대의 전용기 중 1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보당국이 파악했던 최 비서의 일정은 17일 오전 10시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해 오후 8시(현지시간 오후 2시)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순서였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고려한 일정이었다. 그러나 전용기는 공항을 출발한 지 2시간이 채 안돼 중국 상공에서 평양으로 돌아왔다. 낮 12시 최 비서를 태운 비행기가 회항한 사실이 우리 군의 레이더에 실시간으로 포착됐다. 격납고에서 수리를 마친 뒤 이륙 준비가 완료된 시간은 오후 8시였다.

정보당국은 최 비서가 회항 후 재출발까지 8시간 동안 공항에 머물렀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특사단은 결국 한나절을 꼬박 허비한 뒤 같은 비행기를 타고 18일 0시(우리시간 오전 6시) 이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도착 후 곧바로 러시아 정부 영빈관인 모스크바 시내 호텔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지도자의 전용기에 큰 문제가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역효과를 냈다. 이 특별기는 일류신(Ilyushin) IL-62로 1960년대 구(舊) 소련이 제작한 것을 20년 전 북한이 구매해 ‘김정은 전용기’로 개조했다. 지난달 4일 최 비서 등 ‘3인방’이 남한으로 타고 온 것과 같은 기종으로 총 3대의 전용기 중 하나다. 군 관계자는 “정비시간으로 헤아려 볼 때 심각한 고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룡해 동지가 17일 특별비행기로 모스크바에 도착했다”며 사실을 왜곡했다.

하지만 ‘회항’ 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정부 관계자는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탔던 미군 비행기도 고장 때문에 괌에서 하루 반나절을 허비했다”고 지적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