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터넷을 후끈 달궜던 ‘0원 난방비’ 논란이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난방비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난방 열사’라는 별명을 얻은 배우 김부선씨가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허탈해하고 있는데요. 열받은 일부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관련 만화를 올리면서 분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18일 인터넷 유명 커뮤니티에는 ‘옥수동 괴담: 정남향의 따뜻한 집’이라는 제목의 만화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만화는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 ‘팟빵직썰’이 제작한 것입니다. 팟빵직썰은 거의 매일 인터넷의 이슈를 재기 발랄한 필치로 그려내면서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죠.
옥수동 괴담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김부선 아파트’의 난방비 0원의 의혹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만화를 볼까요?
‘서울 옥수동의 모 아파트에서는 매년 겨울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데, 무려 300가구의 1년 난방비가 0원이 부과된 것.’
‘모 여배우의 지적에 “정남향은 일조량이 충분해 난방할 필요가 없다. 우리를 도둑으로 몰지말라!”며 항의하는 주민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한국의 혹한. 이 날씨에도 난방을 하지 않고 온수도 사용하지 않고 겨울을 버틴 아파트의 주민들. 과연 그 곳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그리고 문을 여니 짜짠! 겨울왕국의 엘사가 살고 있군요.
이런 내용입니다. 난방비 0원을 내고도 떳떳하다는 일부 입주민들을 비난한 것입니다.
만화를 본 네티즌들은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인데도 우리 공권력은 ‘난방비 0원’ 입주민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울 성동경찰서는 2007~2013년 서울 옥수동 H아파트에서 두 차례 이상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온 69가구 중 실제 거주하지 않았거나 계량기 배터리가 방전되는 등 정확한 이유가 없는 11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이들에게 무혐의 판정을 내렸습니다. 애초에 열량계 봉인지가 제대로 붙어 있지 않아 해당 가구에서 고의로 이를 뜯었는지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난방비를 내지 않았으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죠. 경찰은 다만 난방비를 제대로 걷지 않았다며 아파트 전 관리소장 3명만 불구속 입건하고 말았습니다.
더 황당한 사건이 이어졌습니다. H아파트 전 부녀회장 A씨 등은 김부선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는군요.
인터넷에는 김부선씨를 옹호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혼자서 난방비 0원 의혹과 맞서 의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말이죠.
“김부선씨를 도와줍시다. 이 배우야말로 우리 시대 의인 아닙니까!”
“한겨울 아무리 아껴도 난방비 20만원 넘게 나오는데, 대체 저 아파트에는 누가 살고 있나요?”
김부선씨는 답답한 듯 18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난방비 0원의 문제를 풀지 못하는 상황이 무척 답답하셨나 봅니다. 기자와 피디 등 언론인에게는 열정적인 탐사정신으로 취재를 당부했고, 경찰과 검찰에게는 명쾌하게 수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정치권에서는 ‘김부선법’ 뿐만 아니라 국정조사도 해달라고 부탁했고요.
김부선씨의 이 글에 수천명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비상식이 바로잡히게 될까요? 김부선씨를 응원합니다. 18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