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덕담에 ‘주먹 감자’ 파문 케이로스 이란 감독도 변했다

입력 2014-11-18 09:51

카를로스 케이로스(오른쪽 사진) 이란 축구 대표팀은 지난해 울산에서 열린 한국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대 0으로 이긴 뒤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 감자’를 날렸다. 상식 이하의 행동이었다. 한국과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17일(한국시간) 케이로스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과거는 잊고 앞으로 나아가자”며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이같은 변화 뒤엔 울리 슈틸리케(왼쪽)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의 사려 깊은 발언이 있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주최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월드컵에 출전한 역대 아시아 국가 대표팀 감독이 모두 모여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케이로스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도 참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케이로스 감독과 마주앉아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당시 슈틸리케 감독이 케이로스 감독에게 ‘나와는 악연이 없지 않느냐. 과거는 잊고 좋은 경기를 하자’며 먼저 다가섰다”고 전했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이 ‘팬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 당신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등의 덕담도 했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과 한국은 아시아 축구의 두 강자다. 특히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아시아 1위다. 한국은 랭킹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란을 치켜세운 것을 알려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양 팀 사이에 쌓인 앙금을 풀기 위해 이란 언론의 취재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응했다. 대표팀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 16일 밤 도착했다. 대표팀 스태프는 슈틸리케 감독이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만큼 공항으로 찾아온 이란 취재진 10여명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려고 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어느 곳이건 첫인상이 중요하다”며 “선수들은 피곤하니까 바로 숙소행 버스에 타면 된다. 내가 인터뷰에 응하겠다”며 카메라 앞에 섰다.

이란 취재진이 ‘주먹감자’ 사건과 관련한 질문을 여러 차례 던졌으나 슈틸리케 감독은 차분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