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한테 성폭행당해 결혼 취소되고 아이 뺏기고… 여성단체들 20대 이주여성 구하기

입력 2014-11-17 17:02

여성단체들이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취소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안타까운 사연의 시작은 2년 전. 베트남인 A씨(당시 22세·여)는 2012년 7월 결혼중개업소 소개로 한국 남성 B씨(37)와 선을 봤다. 남성은 나이가 많고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있었지만 괜찮았다. 3개월 뒤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하지만 단꿈은 반년을 넘기지 못했다. 남편의 계부인 C씨(58)가 며느리인 A씨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다. 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A씨는 친구의 도움으로 C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시아버지는 지난해 5월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석 달 뒤인 그해 8월 남편 B씨가 법원에 혼인무효소송을 낸 것. A씨가 예전에 결혼과 출산한 사실을 숨겼다는 이유였다.

베트남 시골마을에 살던 A씨는 13세였던 2003년 10월 한 남성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 꽃다운 나이에 임신을 한 뒤 결국 아이를 낳았지만 시댁에 뺏겼다. 이후 가족과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다. 이 사실은 시아버지의 재판 도중 드러났다.

A씨는 결혼 전 중개업체 통역을 통해 “출산경험이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통역은 이 사실을 B씨에게 말하지 않았다. A씨는 남편을 속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긴 것은 시아버지의 성폭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주지방법원은 올해 6월 두 사람의 결혼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결혼과 출산 전력은 혼인 의사를 정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혼인취소사유로 인정했다. 또 A씨가 책임이 있는 만큼 B씨에게 위자료로 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A씨는 곧바로 항소했다. 혼인 취소를 당할 정도로 잘못하지 않았고, 오히려 인권침해와 범죄와 결혼생활이 깨지는 피해를 입었다며 이혼과 위자료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전북여성단체연합은 17일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식적인 법 논리를 중심으로 판단한 법원 때문에 A씨는 피해자가 아닌 거짓으로 혼인한 나쁜 사람이 됐다”며 “이러한 상식과 기대를 2심 재판부가 엄중하게 고려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국에서 2419명이 적은 탄원서도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날 세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