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 연탄 1장을 살 수 있는 돈이다. 연탄은 보통 6~8시간을 탄다. 추운 겨울을 나려면 하루에 최소 3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하루를 나려면 1500원, 한달을 나려면 4만5000원이 든다. 전국에 약 16만 가구가 아직도 연탄을 때고 있고 이 중 10만 가구가 연탄을 지원받아야 하는 저소득층 가구다. ‘하루 난방비 1500원’이 없어 얼음장 같은 방바닥에 몸을 누이는 사람들이 최소 10만명은 된다는 얘기다.
서울 한복판의 아파트에도 난방비 ‘0원’으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난방 투사’ 김부선(53)씨가 제기한 난방비 ‘0원’ 가구의 사기 의혹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두 차례 이상 난방비가 ‘0원’이었던 69가구를 대상으로 열량계 조작 여부를 조사했다. 69가구 중 열량계 고장(18가구), 난방 미사용(5가구) 등 이러저러한 경우를 빼고 나니 11가구가 남았다.
그러나 경찰은 11가구가 열량계 등을 고의 조작해 난방비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대신 전직 관리소장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열량계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봉인지·검침카드 등의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다. 11가구가 내지 않은 난방비는 5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11가구는 그동안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냈을까. 정말 한번도 난방을 하지 않은 걸까. 관리사무소는 왜 주민들의 의혹 제기에도 열량계를 점검하지 않았을까. 한 네티즌은 온라인 뉴스의 댓글에 “난방비를 안 내도 처벌 받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 꼴”이라며 비꼬았다.
사회복지단체 연탄은행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들어온 연탄 후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 121만4452장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60만7226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연탄 사용 가구는 2011년에 비해 6.7% 늘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도 난방을 때지 않고 겨울을 나는 11가구가 있다. 이들과 저소득층의 ‘추운 겨울’이 같은 온도일지 궁금하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온라인 현장기자] 난방비 0원인 아파트와 연탄 서민의 ‘다른 겨울 풍경’
입력 2014-11-17 15:03 수정 2014-11-17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