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기내간담회… “(엔저) 이대로는 안 된다. 마음먹고 얘기했다”

입력 2014-11-17 12:02
ⓒAFPBBNews=News1

박근혜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일본의 엔저(低) 정책을 우회 비판한 것에 대해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마음먹고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16일 밤(현지시간) 호주 브리즈번에서 귀국하는 전용기 내에서 약식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30분 가까이 기내를 돌며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순방 때마다 귀국 비행기 출발 직전 기자들과 짧은 인사말을 나눠왔지만 기내에서 간담회를 가진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9일간 강행군을 마친 뒤였지만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박 대통령 ‘엔저’ 작심발언 배경 소개

박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당시 정상회의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G20 정상회의 석상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있었던 만큼 박 대통령이 일본을 겨냥해 “자국 여건만 고려한 경제·통화정책”이라고 한 언급은 이례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경제가 어려웠을 때 신흥국의 경제적 기여로 선진국도 그 효과를 보지 않았나”며 “그 덕에 선진국 경제가 좀 회복됐다고 자국 입장만 고려해 경제 및 통화정책을 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가 하나로 연결돼 있어서 어느 한쪽의 정책이 곧바로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 취지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엔저 정책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상황에 대한 작심발언이었다는 의미다.

북한 인권백서 배포, 과거엔 상상도 못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북핵불용 원칙을 재확인한 지난 12일 미·중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미·중 정상이 그런 인식에 일치했다는 것은 과거 같으면 어려운 일이었다. 과거엔 북한 문제를 보는 중국과 우리의 인식이 괴리가 있었다”며 “(최근 중국의 변화는) 그동안 우리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그런 노력을 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자진해서 인권백서를 만들어 국제사회에 내놓았는데, 우리와 국제사회가 공조해 노력해온 결과”라며 “이게 과거라면 정말 상상이나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북핵문제, 평화통일 등도 우리가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뤄질 수 있다”며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선 “지난해에는 여건이 정말 좋지 않아서 못했는데 올해는 그때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해 제안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외교장관 회담이 남아있고 그래서 어떻게 될지는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FTA 타결 위해 정상 간 수차례 통화

박 대통령은 순방 기간 타결된 중국 및 뉴질랜드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은 “(협상 타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고 깨질 뻔한 경우도 여러 번 겪었다”며 “그래서 정상들 간에 전화로 대화도 여러 차례 하고 독려도 하고 창조적 아이디어와 묘안도 내고 해서 도움이 됐다. 양보와 이해를 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만큼 어렵게 타결이 된 것이어서 하루빨리 비준이 돼야 한다.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좀 합심해서 비준이 좀 잘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4만 달러(시대)로 가야한다. 비준이 제때 안 되면 얼마나 손해가 나는지 잘 아시지 않나”며 국회의 조기 비준동의를 촉구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