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원장 장녀 결혼식에 피감기관들 '봉투' 들고 총출동

입력 2014-11-17 10:19 수정 2014-11-17 14:08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 장녀 결혼식에 축의금을 접수하기 위해 줄을 선 하객들. 사진=경향신문

조영제(57) 금융감독원 부원장의 장녀 결혼식에 피감기관들이 대거 출동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조 부원장 장녀 결혼식 풍경을 17일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쯤 신부 측 축의금 접수대쪽에 20여m 길이로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가 오후 5시 결혼식이 시작되자 두 줄로 늘어났다.

축의금을 내기 위해 줄을 선 하객들은 “이게 다 줄이야?” “사람 정말 많다.” 등의 놀라움을 표시하며 접수 차례를 기다렸다고 한다.

식장과 로비에는 600여명의 하객이 있었고 지하 1층 피로연 식당 2곳에는 50여명의 축하객이 모였다.

이 신문은 하객들 양복 상의에 ‘LIG’, ‘KICA(한국정보인증)’, ‘miraeasset(미래에셋)’, ‘BS(부산은행)’, ‘APRO(러시앤캐시)’, ‘SBI(SBI저축은행)’ 등 회사 이름이 새겨진 배지가 달려 있고 주고받는 명함엔 KDB산업은행, KTB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세계로신탁금융주식회사, 프랑크푸르트금융원이 새겨 있어 상당수가 금융계 인사들이었다고 전했다.

‘SGI서울보증’ 등 회사 이름이 인쇄된 봉투 여러 개를 들고 줄을 선 인사들도 있었다고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신제윤 금융위원장,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핵심 관계자들,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 은행연합회 핵심 관계자가 모두 왔다”고 말했다.

공무원 행동강령 17조는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 직무 관련자나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5만~10만원의 축의금도 관련 업체 관계자들에게 청첩장을 보내 받으면 뇌물수수라고 판단했다.

조영제 부원장은 “일부 임원과 전 동료 몇 사람에게만 알렸다. 돌린 청첩장은 40~50장뿐”이라며 “화환은 5개만 남기고 (식장에서) 다 돌려보냈고, 피검기관에서 보낸 축의금도 모두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은 예상치 않게 하객들이 많이 몰려와 방명록을 사러 간 사이에 접수를 못해 빚어진 일"이라며 "재작년 12월 장인상 때는 일부러 알리지도 않고 조용히 치렀는데 이번에는 업체에서 딸 결혼식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곤혹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의리 빼면 시체가 되는 이 나라의 악어와 악어새 관계. 눈도장은 확실히 찍어라. 눈밖에 나면 장사해 먹기 힘들다. 금피아는 돈이 왔다갔다 하는 가장 노른자위 아닌가?” “모든 게 문제되면 그때서야 갚고 돌려주고 갖다주고 그러면 해결되는 이상한 법치국가? 그걸 그자들은 뉘우치는 흔적이 있어 봐줘야 한다는 법이론을 내세우는 참 이상한 나라. 잘 살아봐라. 언제까지 그래도 되나….” “썩을 대로 썩었군. 피감기관에서 축의금이라니. 과연 뉴스 안 터져도 돌려줬을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