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아시아 국가들이 우리보다 더 긴 시간 일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또 아시아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노동생산성이 가장 낮으면서 실질 임금수준은 가장 높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발표한 ‘아시아 경쟁국의 근로시간·임금·생산성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홍콩은 우리보다 1인당 GDP가 훨씬 높지만 근로시간이 더 길었다.
아시아 경쟁국의 연간 실근로시간 국제데이타(Penn World Table)를 보면 2011년 기준 홍콩(2344시간), 싱가포르(2287시간), 한국(2193시간), 대만(2144시간), 일본(1706시간) 순으로 근로시간이 길었다. 또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2012년 기준 자료에서도 싱가포르(2409시간), 한국(2289시간), 일본(1727시간) 순으로 일하는 시간이 많았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2013년 기준 1인당 GDP가 각각 5만5182달러와 3만7955달러로 한국(2만5975달러)을 훨씬 앞서고 있지만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대만은 구매력 기준 소득(한국 3만3791달러, 대만 4만1539달러)이 우리보다 월등히 높지만 근로시간은 비슷했다.
지난 30여년간 근로시간 감소추세 역시 우리나라가 아시아 경쟁국보다 가팔랐다. 한국은 1980~2011년 사이 근로시간이 연평균 18.4% 감소해 일본(19.6%)에 이어 가장 많이 줄었다. 같은 기간 중 대만의 근로시간은 16.9% 감소했고 싱가포르와 홍콩은 각각 3.6%와 0.6% 감소에 그쳤다.
반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경쟁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생산성기구(APO)에 의하면 근로자당 노동생산성은 싱가포르와 홍콩이 가장 우위에 있고, 이어 대만과 일본 순서로 높았다.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의 64% 수준에 그쳤다.
반면 한국의 임금수준은 경쟁국보다 높았다. 여러 국제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명목임금은 일본, 싱가포르보다 낮지만 홍콩, 대만보다 높아 경쟁국 중 중간수준이다. 그러나 물가수준을 반영한 구매력 기준(PPP) 임금은 홍콩, 대만은 물론 일본, 싱가포르보다 높아 경쟁국 중 최고 수준이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아시아 경쟁국과 비교해 생산성과 임금 등에서 경쟁력이 낮고 근로시간도 길지 않은 상황임에도 생산성 개선이 전제되지 않은 채 단계적 근로시간 단축 법안마저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법제도를 정하고 그 이상의 수준은 각 기업 노사가 자율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한국, 싱가포르·홍콩보다 생산성 낮으면서 근로시간 더 짧아
입력 2014-11-17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