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착륙한 탐사로봇 필라이(사진)가 태양광 충전을 하기 힘든 위치에 있어 수명이 예상보다 짧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내년 3월까지 67P를 탐사할 예정이었던 필라이가 당장 15일 이후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
영국 BBC 등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역사적이면서도 서툴렀던 착륙 과정을 거쳐, 탐사로봇 필라이는 이제 안정적인 상태에서 사진들을 보내오고 있다”면서 “그러나 배터리 수명은 여전히 걱정스럽다”고 보도했다.
유럽우주기구(ESA)는 이날 “필라이가 고정장치 오작동으로 착륙에 차질을 빚어 세 개의 다리 중 두 개로만 서 있다”면서 “태양광을 통해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상황이 걱정되는 것은 필라이가 당초 목표했던 것과 달리 그늘진 지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ESA 스테판 울라멕 박사는 “필라이가 분화구의 가장자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착륙 후 2.5일을 버틸 수 있는 분량의 배터리를 충전해서 떠난 필라이는 이후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를 이용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일조 조건이 양호하고 먼지들이 태양광 패널을 가리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하지만 필라이는 현재 67P가 매 12시간 자전할 때마다 1.5시간 분량의 태양광만을 충전하고 있으며, 이런 상태로는 1차 배터리가 소진된 후 얼마 안돼 기능을 못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BBC는 “과학자들은 필라이의 태양광 패널에 빛이 닿으려면 어떻게 위치를 다시 잡아야 할지 고민 중이지만, 다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기엔 사실상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혜성 탐사로봇, 그늘에 불시착 태양충전 어려움… 수명 줄 수도
입력 2014-11-14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