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치료를 위해 약을 먹지만 언제나 예기치 않은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다. 약의 효능이 좋은만큼 효능에 따르는 일종의 우리 몸의 저항,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각각의 약물이 가지고 있는 이점(benefit)과 위험(risk)을 균형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정상적으로 약물을 복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게 된 이들은 개인 소송을 통해 거대 제약사와 힘겨운 사투를 벌여왔다.
그런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오는 12월부터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가 시행된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의약품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들이 개별소송을 통해 부작용 인과관계 입증 등에 장기간 소요됐다. 이와 달리 피해구제 제도가 시행되면 복잡한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한국의약품안전 관리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하게 되면 적절한 인과관계 조사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는 정상적인 의약품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사망, 입원치료 등 큰 피해를 입은 환자에게 피해구제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17년 전면시행을 목표로 오는 12월 19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방침이다.
약 부작용으로 인한 제약사와 환자 간의 싸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 ‘소송의 천국’이라고 불리우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환자와 제약사 간 약 부작용으로 인한 소송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제약기업 다케다는 당뇨병 치료제 ‘액토스’를 둘러싼 미국내 제조물책임소송에서 판사가 손해배상액을 2765만 달러로 판결했다. 이 소송은 액토스를 투여받고 방광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뉴욕 출신 남성에 의해 제기됐다. 판결은 배심원의 평결에 따라 액토스의 복용과 방광암 발병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암 발병위험을 다케다가 경고하지 않았다는 원고측의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독일 바이엘사가 내놓은 피임약 ‘야즈(Yaz)’ 역시 구형 피임약보다 혈전 생성 가능성이 3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나며 소송이 벌어졌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야즈와 같은 합성 호르몬 드로스피레논이 함유된 경구피임약이 혈전 위험을 상당히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복약안내서의 경고문을 강화한 바 있다. 또한 미국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Lipitor)’는 미국에서 부작용 소송에 휘말렸다. 국내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약 부작용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소송이 벌어지면서, 환자도 정신적, 금전적, 육체적 소모를 해야하는 한편, 의약품 제조업체인 제약사도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가 시행된다면,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해 제약사와 환자 간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실제 식약처는 산하 기관인 의약품안전관리정보원을 통해 이러한 의약품 부작용 인과관계를 분석한 후, 피해보상 규모를 정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 있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약물 남용이 빈번한 나라다. 한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 들렀다가 중복되는 성분의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도 흔하며, 여러 개 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따라 어떤 약물에 의한 부작용인지를 밝히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제도 시행에 앞서 구체적인 의약품 가이드라인이 절실한 이유다.
또한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위험부담이 크다. 제약사는 좋은 신약을 개발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체’다. 그런데 이들에게 정부가 지나친 부담금과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패널티를 부과할 경우 제약산업 발전의 의지를 꺾을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국민 개개인을 보호할 뿐 아니라 국가가 한 개인의 피해를 공적 영역으로 보고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더불어 건강보험제도 체제하에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는 의료선진국인 한국에서 이 제도가 정착된다면 다른 나라들에도 모범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이 제도가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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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장윤형 기자] 오는 12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 시행을 앞두고
입력 2014-11-14 13:14 수정 2014-11-14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