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이 이 땅에 전파된 지 100여년이 지난 한국교회는 여러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기독교역사를 보면 복음은 들어가는 곳마다 그 능력이 나타나서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변화와 개혁을 이루어왔다. 이 땅에서도 복음은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을 나타냈으며 엄청난 교회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과연 복음의 능력이 제대로 드러나고 있는가? 종교개혁 497주년을 맞는 한국교회는 과거의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워야할까? 종교개혁 이후 100여년이 지나 제2의 종교개혁을 외쳤던 경건주의자들을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종교개혁이 1517년 10월 31일 마틴 루터에 의해 일어났지만 대략 100년이 지나면서 제2의 종교개혁을 외치는 경건주의자들이 일어났다. 당시 독일교회는 종교개혁으로 인한 여러 문제로 혼란한 상황 가운데 있었다.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의 기치아래 종교개혁은 로마가톨릭의 잘못된 교회 전통을 하나님 중심적으로 옮겨놓았다.
하지만 종교개혁은 난관에 부딪쳐야 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프로테스탄트의 분열이었다. 루터파와 칼빈파(개혁파)로 대표되는 프로테스탄트 진영은 각기 분열되어 나름의 차별화된 신학이론을 정립해야만 했다. 여기에서 교파마다 신학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면서 정통주의가 발생해서 각 프로테스탄트 진영은 교리 논쟁과 이로 인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목회자들은 성경해석이나 목회에는 무관심하고 사변적인 교리논쟁에 지나치게 몰두하였다. 결국 교회는 활력을 잃어버리고 그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당시 안타까운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모습에 대해서 제2의 종교개혁을 외친 경건주의는 정통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일어났다. 즉 경건주의자들은 이론적으로만 치우친 교리보다는 생명, 제도와 체계보다는 영성, 경건의 모양보다는 경건의 능력을 강조했다.
경건주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필립 슈페너(Philipp Jakob Spener, 1635-1705)가 활동하던 독일 교회는 객관적인 교리주의와 형식주의에 치우치면서 영적 생명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교리와 생활이 이원론적으로 구분되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슈페너는 자신이 목회하던 프랑크푸르트에서 “교회 안의 작은 교회운동”을 전개하여 “경건의 모임들”이라는 성경공부 모임을 인도했으며 1675년에는 "경건의 열망"(Pia Desideria 피아 데시데리아)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에서는 성도들의 경건성을 성장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하여 이후 경건주의 운동의 교과서가 되었다. 여기서 슈페너는 프로테스탄트의 개혁을 위한 6가지 원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첫째는 평신도와 성직자 모두가 정기적인 성경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 둘째는 만인제사장으로 모든 성도들이 제사장임을 알고 더욱 적극적으로 교회 생활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 셋째는 행위가 동반된 믿음으로, 참된 믿음은 교리와 신조에 대한 지적인 동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실천적인 행위, 즉 행위로 증명하는 믿음이어야 한다는 것, 넷째는 반교권주의 사상으로 당시 반목하고 있던 루터교회와 개혁교회와의 교리적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무의미한 신학 논쟁을 종식시켜야 하며 다섯째는 신학 교육이 현실적으로 개혁되어 신학과 실천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 여섯째는 설교의 개혁으로 설교는 학문적이고 논쟁적인 성격을 벗어나 성도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회개를 일으키는 은혜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슈페너의 주장은 종교개혁 정신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종교개혁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불완전하게 말로만 개혁을 외치고 있던 당시 루터파들과 개혁파들을 향한 자성의 목소리로 제2의 종교개혁을 주장하고 나섰던 것이다. 슈페너가 지적한 이 모습은 400여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상당 부분 적용할 수 있는 문제들로 보인다. 사실 슈페너가 혹 지금의 한국교회를 내다본 것은 아닐지 그 선견지명에 놀라울 뿐이다.
현재 우리는 과연 하나님 말씀을 알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이미 성직자들은 평신도와는 차별화된 종교적 특권계층이 된 것은 아닌가? 평신도들은 자신의 역할을 성직자들에게 지나치게 내어주고 있지는 않은가? 참된 믿음은 자연스럽게 행위의 열매로 나타나야 하는데 과연 나타나고 있는가? 요사이 개신교 각 교단들은 더욱 수구적인 자세로 복음이 아닌 자신들만의 신학을 고집하면서 신학논쟁에 몰두하고 있지는 않은가? 신학교육 개혁의 필요성과 함께 과연 회개를 일으키는 생명력 있는 설교가 한국교회 강단에서 선포되고 있는가?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100여년 후에 경건주의자들이 주장했던 제2의 종교개혁은 이제 종교개혁 497주년을 맞고 있는 한국교회에서 다시 외쳐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 개혁된 교회는 성경의 진리를 기준으로 하여 끊임없이 개혁 그리고 또 개혁되어야 할 것이다.
조현진(한국성서대학교 역사신학 교수)
[기고] 제2의 종교개혁을 외쳤던 경건주의와 한국교회
입력 2014-11-17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