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초로 혜성 표면에 착륙한 우주 탐사선 로제타호의 탐사로봇 ‘필라이(Philae·사진)’가 그늘에 착륙하면서 계획보다 수명이 감소할 수 있다고 유럽우주기구(ESA)가 13일(현지시간) 밝혔다.
ESA는 이날 필라이가 착륙한 지점이 절벽 옆 그늘진 곳이어서 계획보다 적은 양의 태양광을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필라이는 자체 에너지가 소진된 후에는 몸체를 둘러싼 태양전지판을 이용해 에너지를 충전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필라이의 자체 에너지는 하루에서 이틀분만 남은 상태로 그늘이 드리워진 상황에서는 계획보다 수명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은 일단 자체 에너지가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이후 필라이를 그늘에서 꺼내는 조치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ESA 측은 “기대했던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자체 에너지가 남은 동안에만 자료를 수집하더라도 이번 착륙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SA는 이날 필라이가 지구로 전송해온 첫 혜성 사진을 공개하면서 필라이가 바위투성이의 혜성에 제대로 달라붙는 데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상태라고 밝혔다. 로제타호 담당 연구원은 “필라이는 안정적인 상태로 혜성 물질과 관련해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며 “잘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라이가 전송한 사진에는 암석으로 뒤덮인 혜성의 표면과 필라이에 부착된 3개의 다리(지지대) 중 하나가 보였다.
필라이는 전날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작살 모양의 고정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우주로 튕겨나갈 위험이 제기됐다. 혜성의 중력은 지구의 10만분의 1 수준으로 지구에서 100㎏ 정도인 필라이가 혜성에서는 1g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착륙 당시 필라이는 혜성 표면에서 두 차례 튕긴 끝에 착륙해 작은 구덩이에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최초로 혜성 착륙한 탐사로봇, 그늘에 떨어져 수명 짧아질 듯
입력 2014-11-14 10:36 수정 2014-11-14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