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이화외고네… 이화여고로 가야해.” 2015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입실 마감 직후인 13일 오전 8시15분쯤 수험생 2명이 이화외고 건물 3층에서 부리나케 뛰쳐나왔다. 시험장인 이화여고를 이화외고와 착각해 잘못 찾은 것이다. 두 학생은 경비원에게 길을 물어 허겁지겁 발걸음을 옮겼다.
올해 수능에서도 어김없이 지각 수험생이 나타났다. 예년처럼 경찰 순찰차의 도움을 받아 시험장으로 급히 들어가는 지각생은 물론, 시험장을 착각해 부리나케 발길을 돌린 수험생이 속출했다. 시험장을 착각한 남자 수험생이 결국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서울지역 고교를 졸업한 재수생 A군은 경기도 광명시 광문고를 자신의 대학수학능력시험장으로 알고 찾아갔으나 해당 학교는 여학생들이 시험을 치는 장소였다. 시험장 관리본부가 확인해보니 A군의 시험장은 서울 강동구 광문고였다. 그러나 입실 완료를 불과 10분 남겨둔 터라 관리본부는 그냥 광명시 광문고에서 시험을 보도록 했다. A군은 1교시는 여학생들과 함께 시험을 치렀고 2교시부터 별도 시험실에서 시험을 봤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오전 7시55분쯤 순찰차를 타고 등장한 남학생은 이내 수험장을 잘못 찾아온 것을 알았다. 현대고로 가야할 것을 여학생들만 시험치는 압구정고로 잘못 온 것이다. 그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급히 현대고로 떠났다.
병상 투혼에 나선 수험생도 있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B(18)군은 건국대 VIP 병동에서 수능을 치렀다. B군은 지난 10일 호흡곤란을 호소해 폐 기능 이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감독관과 경찰관 입회 조건으로 병실에서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시각장애 수험생은 올해 도입된 화면낭독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시험을 치렀다. 지난해까지는 점자 시험지를 사용했다. 각 시·도 교육청은 수능을 앞두고 희망자 신청을 받았는데 서울의 경우 15명 시각장애 수험생이 전부 신청했다. 이들은 종로구 국립서울맹학교에서 시험을 치렀다.
수능 부담감에 시험 전날 수험생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도 있었다. 12일 오후 11시쯤 경기도 양주시 한 아파트 화단에서 17층에 사는 A(18·고3)군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A군 부모는 경찰에서 “아들이 평소 성적을 고민해 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유족 진술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수능 이모저모] 여학생 시험장 찾아간 남학생 “아차차”
입력 2014-11-13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