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시리아 난민들 주변국서도 안받아 … 이웃국가 유입 전년비 88% 줄어

입력 2014-11-13 17:20
시리아 난민 돕기에 나선 요르단 얼라이언스교회. 국민일보DB

최악의 내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시리아 난민들이 고립되고 있다. 주변국들이 자국민의 반발 등으로 추가 수용에 난색을 표하면서 해외로 향하던 피난 행렬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웃 국가인 레바논, 터키, 요르단, 이라크로 망명한 시리아 난민의 수가 전년 대비 88%나 줄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권단체인 국제구조위원회와 노르웨이난민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내전을 피해 탈출한 시리아 난민의 수가 8543명으로 지난해 월 평균 15만명에 비해 급감했다고 전했다.

시리아는 2011년부터 3년 넘게 계속된 전쟁으로 20만명이 넘는 희생자를 냈다. 1000만명 이상이 난민으로 전락했고 이 중 330만명은 시리아를 탈출했다. 해외로 떠난 난민들은 주로 인접국가로 향해 현재까지 300만명 가량이 레바논, 터키, 요르단 등에 수용됐다. 이 과정에서 레바논은 자국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118만명(9월 기준)이 난민촌에 몰리면서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자 최근 추가 수용을 거부하고 난민들에게 자국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노르웨이난민위원회의 얀 에겔란트 사무총장은 “인권단체들은 주변국의 수용 한계를 계속 경고해 왔다”면서 “보다 적극적이고 국제적인 (난민 수용) 분담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에겔란트 총장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수백만 시리아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대의식 붕괴”라며 비극에 희생된 난민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현 상황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다수의 NGO들은 한시라도 빨리 국제사회가 시리아 난민을 위한 금전적인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리아 난민의 최소 5% 이상은 역내 4개국 이외 국가들이 수용에 나서야만 시리아 난민들이 혹한 속에 숨지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구조위원회 의장인 데이비드 밀리 전 영국 외무장관은 “현재 시리아 난민의 처지는 국제사회 연대의 우울한 자화상”이라면서 “전 세계 부국들이 행동에 나서도록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제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미국 주도 국제연합전선이 공습을 시작한 지난 9월 23일부터 전날까지 시리아 공습에 따라 사망한 이는 모두 865명이며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이 746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민간인 사망자는 어린이 8명과 여성 5명을 포함해 50명으로 집계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