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론 꺼낸 새정치연합, 수위조절 왜(?)-복지위한 증세론 가능할까

입력 2014-11-13 16:19

무상급식·무상보육 논란 와중에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최근 증세론이 불쑥 튀어나왔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에 이어 문재인 의원도 “복지재원이 부족하면 증세를 검토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향후 증세론이 적극 논의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세금 인상에 대한 국민여론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복지를 위한 증세론’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증세론의 뚜껑을 연 것은 문 비대위원장이다. 그는 지난 10일 비대위 회의에서 “무상보육·무상급식 모두를 포기 안하려면 해법은 증세로 갈 수밖에 없다”며 깜짝 발언을 했다. 이어 문 의원은 12일 “복지재원이 부족하다면 장기적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증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당 대표와 차기 유력 대권 주자가 증세론을 동시에 꺼낸 것이다.

그러나 당내 기류는 신중하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아이들의 밥 한 끼, 마땅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육문제, 대통령의 약속마저도 시·도교육감에 떠넘기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느냐”며 “재벌 대기업의 법인세 정상화가 (재정난의) 해법”이라고 밝혔다.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증세론에서 톤을 낮춘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 관계자는 “소신일지는 모르겠으나 증세론은 현재로선 너무 앞서 나간 느낌”이라며 “민감한 세금 문제를 야당이 먼저 꺼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증세론은 무상급식·무상보육 문제와는 차원이 달라 이슈가 불거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증세론이 나오는 것은 복지재원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최근 무상급식·무상보육 논란에서 보듯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모두 돈이 없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도 ‘증세없는 복지’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동차세와 지방세 인상 등 사실상 증세를 하고 있다는 게 새정치연합의 판단이다. 그러니 이럴 바에는 여야가 서로 숨기지 말고 증세를 본격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증세가 워낙 폭발력 큰 이슈라는 대목에 고민이 있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로 대표되는 부자증세를 추진해 큰 역풍을 맞았고, 2011년에는 정동영 최고위원이 복지를 위한 증세를 주장해 손학규 대표와 갈등을 빚었다.

증세에 대한 국민여론도 차갑다. 한국갤럽의 지난 9월 여론조사에서는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부자들에게 두 배 이상 과세하자는 의견이 76%였지만, 정작 자신이 세금을 두 배 내겠다는 사람은 22%에 그쳤다. JTBC·리얼미터가 지난 10~11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세금을 더 거두지 않고 복지공약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48.9%, ‘세금을 더 거둬 복지공약을 이행해야한다’는 의견은 45.5%로 팽팽했다. 구체적인 증세 방식은 부자 소득세 인상(42.6%)과 대기업 법인세 인상(39.6%)이 대부분이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