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학생 살해 사건에 시위 과격화…공항 점거, 주의회 건물 방화 등 ‘혼란’

입력 2014-11-13 16:46
실종 대학생 43명의 사진을 앞세운 멕시코 시위대가 10일 게레로주 아카풀코 국제공항 진입로를 점거,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생 집단 실종·살해 사건의 여파가 여전히 멕시코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서남부 게레로주는 치안이 붕괴되면서 무정부상태를 방불케 하는 혼돈에 휩싸였다.

현지 언론들은 12일(현지시간) 오후 게레로 주도 칠파신고에 있는 주의회 건물 내부에 교사와 학생 등 500여명이 난입해 불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게레로주 이괄라시에서 시위를 벌이다 실종된 아요치나파 지역 교육대 학생 43명이 경찰과 공모한 갱단에 피살됐다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연이은 폭력시위가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전날에는 시위대가 게레로 공공안전부 차관을 납치한 뒤 경찰에 체포된 동료와 교환하기를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집권당인 제도개혁당(PRI) 주 당사도 시위대의 방화로 불탔다. 앞서 10일에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유명 휴양지인 태평양 연안 아카풀코 국제공항을 점거하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 게레로주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간 싸움이 치열한 지역 중 하나로, 마약 조직원들의 정부 관리 살해와 총격전 등이 자주 발생해왔다. 실종된 학생들의 피살이 기정사실화되고 마약 갱단과 연관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게레로 지역 교직원·노조원·학생 등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특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비화된 데는 고질적인 마약 카르텔에 대한 극도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력한 지역 치안시스템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아카풀코 공항으로 향하는 시위대를 저지하지 못하고 경찰 10여명이 부상을 당하는가하면, 게레로 주의회 경비 경찰 50여명은 시위대를 피해 도망쳤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