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난제 해결에 도전… ‘한국판 X 프로젝트’ 뜬다

입력 2014-11-12 19:16
‘길 좀 찾아 달라’고 말하면 안경에 지도와 함께 최적경로가 나타난다. 사진도 찍고, 인터넷 검색에 문자까지 보낼 수 있다. ‘입는 컴퓨터’로도 불리는 이 만능 안경은 구글이 개발한 ‘구글 글래스’다.

구글은 실패 등 위험 부담이 크고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연구하는 ‘X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X’는 수학에서 미지수를 표시할 때 쓴다. 그만큼 도전적이고 인류의 미래를 바꿀 만한 연구를 하자는 취지다. X 프로젝트를 거쳐 구글 글래스, 무인 자동차, 우주 엘리베이터, 사람 몸 속에 들어가 질병을 진단하는 나노 입자 등 상상만 했던 기술들이 차츰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X 프로젝트’가 뜬다. ‘X 연구’를 기획하고 운영할 ‘X 연구 추진위원회’가 13일 공식 발족한다.

위원회는 일단 연구주제부터 공모할 계획이다. 산적한 난제 중에 어떤 것이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결정하는 작업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각 분야 연구자 뿐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어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래전략대학원 원장과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 과학기술·인문사회·기업·언론계 출신 위원 1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최종적으로 ‘X 연구’를 선정한다.

주제가 정해지면 연구자 모집 절차에 들어간다. 위원회는 각 연구팀의 철학과 연구계획을 심사할 계획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서울에서 부산에 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듯 다양한 생각을 가진 연구팀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과를 내라는 식의 제한은 두지 않을 방침이다. 연구팀이 연구 종료를 선언할 때까지 관련 예산으로 책정된 200억원 안에서 계속 지원한다. 교수나 연구자의 경우 본업과 ‘X 연구’를 병행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 안정적이고 예상할 수 있는 연구가 주를 이루다보니 우리만의 혁신적 기술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현실보다 미래를 보는 약간 미친 사람들을 도와 과학기술의 새판을 짜는 기회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