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논란이 가열되면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일단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국민적 합의나 실태 파악이 먼저’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의 ‘통 큰 정치’ 스타일을 감안하면 뜻밖의 어정쩡한 스탠스라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은 폭발력이 큰 이슈인 점을 감안해 최대한 신중하게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무상복지 논란과 관련한 김 대표의 애매한 입장에는 “지나치게 전선을 확대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무원노조와 야당의 반대에 부닥친 공무원연금 개혁에 이어 무상복지 문제에까지 뛰어들 여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는 ‘100만 공무원’에 더해 자칫 ‘국민적 저항’까지 부를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상복지 전면 재검토라는 카드를 꺼내들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누리과정(취학 전 아동 보육료 지원)에 대해서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여당 대표로서 선택의 폭은 좁아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공짜 복지는 없다”면서 “저부담·저복지로 갈 것인지, 고부담·고복지로 갈 것인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고 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주장하는 야당 측 대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여론의 추이를 면밀하게 살펴야 할 뿐 아니라 경기침체 국면에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1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야당의 증세론에 대해 “정치권에서 무조건 복지를 해주기 위해 증세를 하자고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증세는 고부담을 하자는 것”이라며 “그 전 단계에서 고부담·고복지로 갈지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그 결과를 갖고 증세를 논의하는 게 순서”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우선 무상복지 실태 파악을 먼저 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으면서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교육청 예산이 적절히 편성되고 있는지, 선심성 사업 등 불필요한 예산이 없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 측근은 “평소 회의에서도 김 대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뭐냐’는 말을 자주 한다”면서 “좌고우면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여당 대표로서의 무게감 때문에 책임감 있는 발언을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내에서도 무상복지에 대한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무상급식을 들고 나온 야당의 책임이 우선 크지만 새누리당이나 청와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친이(친이명박)계인 심 의원은 “여도 야도 표만 의식해 무조건 공짜로 해주겠다며 대중영합 정책에만 쏠린 결과”라며 “무상복지에 대한 혁명적 재설계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각종 선거 때 야기된 ‘무상 시리즈’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한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무상복지 논란에 고심 깊은 김무성
입력 2014-11-12 16:23